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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경제관료] (46) 제4편 빛과 그늘 (11)..예비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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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Y구청에서 수습중인 A사무관(28). 그가 요즘 출근하는 곳으Y그는
    요즘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서울대 중앙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무슨 교육을
    받거나 실습을 하기위해서가 아니다. 올11월까지 제출해야하는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서다. 지난8월초 Y구청에 수습배치를 받고 난후 구청으로
    출근을 한 것은 보름남짓. 그 이후부터는 담당과장의 "양해"하에 모교
    도서관에서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한달간 예정으로 "휴가"를 얻은 A
    사무관은 추석 직전에나 한번 구청을 "들러 볼" 계획이다.

    경상남도 M군청 자료실. 역시 수습과정을 밟고 있는 B사무관(27)은 이곳
    에서 하루종일 "독서"에 파뭍혀 있다. 하루에 소설책 한권씩을 띤다. 시드니
    쉘던의 추리소설에서 부터 이병주의 역사소설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읽는다. M군청에 배속된지 벌써 한달이 넘어가지만 "별달리 시키는 일도
    없고 해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행시를 패스한 예비사무관들은 1년간의 수습과정을 밟는다. 과천정부종합
    청사 뒷편에 있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일반교육,연고지별 지방행정관청
    에서 현장교육,실제 근무할 부처에서 실무교육을 각각 4개월씩 받는다.
    짧지 않은 기간이다. 또 언뜻 보기엔 꽤 고르게 짜여진 교육과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길고도 다양한 수습과정이 얼마나 알찬가는 별개다.

    오래전에 수습과정을 거친 현직관료나 지금 수습중인 예비관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저 고된 고시생활과 빡빡한 관료생활 사이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정도로 여긴다. 관료조직에선 신병훈련기간이랄수 있는
    수습과정이 왜 할랑한 "예비군 교육"정도로 전락한 걸까.

    우선 중앙공무원교육원 과정부터 들여다 보자. 교육원은 지난4월중순부터
    7월말까지 행시37회 3백2명을 비롯한 외무고시 기술고시 합격자등 총3백88명
    의 예비관료들을 한자리에 모아 교육을 실시했다. 프로그램은 1주간의 정신
    교육(41시간)과 14주(5백49시간)간의 직무교육. 2박3일간의 합숙이 포함된
    정신교육 과목은 "새시대의 바람직한 공무원상" "올바른 역사관" "공직자
    예절"등 이었다. 직무교육중 1백40여시간의 강의도 "21세기 전망과 대응"
    "신경제정책방향" "사회문제와 정책방향"등 상식수준의 국민윤리성 주제를
    넘지 못했다. 한마디로 "졸지 않을 수 없는 과목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경제기획원P사무관,36회). 게다가 66시간에 걸친 예산이나 회계실무등
    사무교육도 대부분이 고시공부때 마스터한 것이어서 예비관료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정작 피교육자들이 절실히 원하는 영어교육은 24시간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나마 16시간은 외국인의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이고 시청각교육실에서
    한 진짜 영어교육은 8시간에 불과했다. 이에대해 교육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시설로 4백명에 달하는 인원에게 영어교육을 실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들을 수용할만한 어학실습실이 태부족이다.
    그래서 작년엔 영어교육이 한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교육생들의 건의가
    하도 많아 금년부터 몇시간이나마 강좌를 넣어 보았다"고. 그저 구색이나
    맞췄다는 얘기다.

    그래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의 교육은 지방수습에 비하면 체계적이다.
    일정한 시간표라도 있다. 하지만 출신 지역의 관청에서 실무를 경험하는
    지방수습은 거의 "방목"이다. 정형화된 교육프로그램이나 지침도 없다.
    맘먹기에 따라선 전부 "자기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지방관청입장에선 "자기사람"도 아닌데 힘들여 교육시킬 이유도 없다.
    더구나 명색이 예비사무관인 만큼 예우도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5급이면 부군수급인데 이것저것 시키기도 껄끄러운게 사실이다. 본래
    "살아있는 교육"을 한다는 취지였겠지만 지방수습은 이래저래 빈둥거리는
    기간으로 정착됐다.

    문제는 여기만 있는게 아니다. 실제 자기부처에 배치를 받더라도 수습기간
    중엔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수습사무관은 소관 부서 주요업무의 공문서
    를 공람하는 것은 물론,결제과정에 참여하고 해당부처의 간부회의에 참석해
    정책결정및 집행과정을 익힌다"는 총무처 예규2백40호는 있는지 없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물론 아무리 교육여건이 허술해도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실제로 일부 수습사무관들은 이기간이 관료생활동안 겪어볼 수 없는
    경험을 할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정도의 교육효과를 얻기 위해 과연 1년씩이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보통 민간기업은 3-4개월동안의 강도높은 연수과정을
    통해 신입사원을 훈련시킨다. 모그룹의 신입사원 합숙교육은 지옥훈련
    으로도 유명할 정도다. 스파르타 교육을 통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전사"들을 키워내고 있다. 집중적인 영어교육은 물론이고 해외연수를 실시
    하는 기업들도 느는 추세다.

    총무처의 K국장은 "정부와 기업은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관료가 회사원과
    같은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틀린말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지력이 쇠잔해진다는 한국경제관료들의 자화상 밑그림이
    수습시절부터 그려지는게 아닌지가 걱정일 따름이다.

    <차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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