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을 가속화 하기 위한 핵심 5개국 선도론 이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간에 심각한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핵심층에 포함되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등 5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이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에두아르 발라뒤르 프랑스총리가 유럽통합을 위한 3개
집단론을 피력한데 이어 하루뒤인 지난주말 독일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
(CDU)이 또다시 5개국 핵심운영체제를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기민당은 유럽통합 관련 정책보고서에서 "유럽통합의 폭과 속도는 회원국
사정에 따라 달라질수 밖에 없다"고 전제,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5개
회원국간 완전 통합을 이룬후 점차 동구권까지 확대 흡수하는게 바람직
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헬무트 콜 총리등 독일 정부 관계자는 회원국
들을 의식,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이탈리아 스페인등 또다른 중심세력의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올들어 형성된 이른바 프랑코-게르만 합작 이 앞으로 유럽통합과 관련된
모든 주요정책을 좌지우지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우려감이 깊게 깔리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도메니코 코미노 유럽담당장관은 "유럽통합군을 특급과 완행
2개집단으로 구분하게 되면 결국은 한지붕 16가족(내년에 가입하는 4개국
포함)이 될수 밖에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스페인의 고위관리도 "이 방안은 핵심집단에 포함되는 국가만을 만족
시키게될 것"이라며 불만감을 피력했다.

평소 유럽통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영국은 "12개국을 일방적으로
같은 선상에 올리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겉으로는 이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프랑스와 독일의 독주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모든 회원국들이 일방적으로 똑같은 라인을 달려야한다는
단일 통합 개념보다는 회원국의 사정에 따라 통합의 폭과 속도가 서로
다른 다단계 통합이 더 바람직 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럽통합에 호의적인영국 의회는 "자칫하다간 영국이 핵심 그룹
에서 탈락돼 완행선으로 밀려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브뤼셀의 한 EU 고위 관리 역시 "프랑스와 독일이 주장하고 있는 3개
집단론 혹은 핵심 5개국선도론과 같은 다단계 통합론은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계획임이 입증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통합을 둘러싼 각국간의 의견 대립은 지난해 마스트리히트 조약
승인으로 EU 전체 차원의 의무와 회원국 정부간의 보다 느슨한 상호
협력간에 균형이 잡힘으로써 사실상 일단락 됐었다.

이에따라 오는 96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점검할 정부간 회의가 열릴때
까지 장기 휴전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유럽 관측통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던 차에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단계 통합론이 고개를 들면서
다시 회원국간에 심각한 갈등양상을 빚게 된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방안이 EU 위원회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EU위원국간 주요정책을둘러싸고 노출된 각종 불협화음을
감안할때 이 안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브뤼셀=김영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