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덥고 가뭄이 심했던 올여름이 가고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9월의 문턱에 들어섰다.

지금까지도 많은 어려움을 헤쳐왔지만 연말까지 앞으로 약 4개월 동안에도
풀어야할 과제들이 적지 않게 쌓여 있는 실정이다.

우선 당장은 추석을 앞두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야단이다.

또한 오는 9월10일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야 할 굵직굵직한 안건만
해도 95년도 예산안,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비한 세제개편안, 지방자치
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있을 행정구역개편안 등을 꼽을수 있다.

정부도 지금이 경제동향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경제운용방향을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하여 어제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먼저 국내경기는 가뭄과 이상고온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2.4분기에도 1.4분기의 8.9%에 버금가는 8.1%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산업생산이 착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전자 조선 자동차등
중화학제품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 적어도 당분간은 호황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경기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자금수요가 늘어나 금리가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물가상승을 걱정한 나머지 통화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회사채유통
수익률이 13%선으로 올랐으나 추석자금수요와 활발한 설비투자등을 고려할때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국제수지도 7월의 무역수지적자가 7억300만달러(통관기준)로 올해 경상
수지누계가 30억달러에 육박하고 7월중 소비재수입증가율이 27.4%로 상당히
높다는 점이 걱정이나 국제수지균형회복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고 기대
된다.

문제는 7월까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2%에 달하는등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이대로 간다면 8월까지 물가상승률이 정부목표인 6%에 육박하리라고 전망
된다.

정부는 농산물값 상승을 물가상승의 주원인으로 보고 쌀 쇠고기 사과등
농산물공급 물량을 평소보다 20~100% 늘리는 한편 경기호황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을 덜기위해 통화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과열여부및 물가상승과 관련하여 의견과 시각이 엇갈리고 있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8.5%에 달하고 물가상승이 계속되자 경제운용
방향을 경제안정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따라 통화관리가 강화되어 은행이 지준막기에 급급하고 단기금리가
크게 치솟았다.

아울러 소폭적인 원화절상을 유도함으로써 경기진정및 물가안정을 꾀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이같은 정책조율은 어느정도는 타당하며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

경기과열로 과소비가 되살아나는 조짐도 없지 않아 예방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경제운용방향을 조정하는 방식과 강도가 매끄럽지 못하고 지나치다
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신경제 100일계획의 경기부양효과가 없다고 안절부절 못하고
올해초에도 경제운용방향을 연말까지 바꾸지 않겠다더니 얼마전부터 갑자기
경제안정을 강조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관리강화의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물가억제목표에 집착하여 행정지도로 물가상승을
억누르는 것은 자율과 개방의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통화관리도 낡은 총량규제위주의 직접관리방식으로 중소기업부도증가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끼치고 있다.

아울러 통화건 물가건 직접규제에 의존하다 보니 시기를 놓치기 쉽고
강도가 지나쳐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지만 다음 시기에 부작용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구조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시장개방과 시장자율로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당장 지난해에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됨으로써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의 출범을 앞두고 각종 국내법령및 행정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시행에 따른 세제개편안이 마련되었지만 앞으로
있을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동및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세제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거시적인 제도개혁 못지않게 개별기업의 경쟁촉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시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한데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성과가
뚜렷하지 못한 실정이다.

예를들면 대기업집단의 출자한도축소를 둘러싸고 경제력집중완화를 위해
강행하자는 측과 국제경쟁력약화를 우려해 속도를 늦추자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해 있다.

또한 비효율적인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정리될수 있어야 하며 인원감축과
생산성향상으로 원가부담을 낮추어야 하는데 이해집단간의 대립으로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부문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환경 보건 교통 복지 등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켜야할 부담도 크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과열을 걱정하여 흑자예산을 편성했다고 하지만 예산
규모자체는 상당한 팽창예산이며 예산을 쓸곳이 무척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60%이상이 인건비등 경직성 경비라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사실을 웅변해준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다가오는 국제화시대에 대비하여 제도개혁의 속도에
박차를 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