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과열을 경계해야 할 만큼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에도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기자금난이 으레적인 수준이었으나 최근들어
자금난악화를 호소하는 생산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금애로가 가중되고 있다는 중소기업의 하소연은 부도율에서 어느정도
확인할수 있다.

연초만 해도 0.13-0.14%에 머물던 전국어음부도율이 5,6월 0.17%로
높아졌다.

연초 0.10%이하이던 서울지역어음부도율도 6,7월 0.1%로 상승했고 이달
들어 19일까진 0.11%로 올라섰다.

한은은 이달 서울지역어음부도율이 높아진데 대해 7월말(31일이 일요일)
결제요인이 이달로 넘어온 일시적인 현상으로 밝혔으나 전반적인 부도율
추세는 경기호황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외상으로 물건을 팔고 받은 어음의 만기가 길어지고 신설
기업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중소제조업체가 받은 어음중 은행
에서 할인을 꺼리는 만기 91-1백20일짜리 어음의 비중이 지난 1.4분기
44.1%에서 2.4분기에 46.8%로 높아졌다.

받을어음만기가 길어지는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자금회전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사정이 나빠진 탓인지 신설법인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본지가 직접 조사한 신설법인은 7월세째주에 3백56개, 네째주에 3백8개,
8월첫째주에 3백1개로 감소하다 두째주에는 2백63로 줄었다.

일주일동안의 신설법인수가 3백개에도 못미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재무위원회와 한국은행간의 월례회의에서도 국회
의원들이 중소기업자금난에 대한 대책을 추궁했다.

이에앞서 김종필민자당대표는 정재석경제기획원장관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확대를 요청했었다.

경기호황속의 중소기업자금난.

호황의 결실이 전산업에 고루 퍼지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때 으레 있을
수도 있는 이같은 부조화가 최근 다소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로 분석한다.

첫째 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임시방편으로 지원된 자금의 약효가 실명제실시
1년이 지나면서 감퇴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명제당시 지원된 긴급경영안정자금은 2조원정도.

이자금이 대부분 연장되고는 있으나 효력이 반감되는데다 추가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부도사태를 맞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중은행관계자는 이와관련, "실명제당시 쓰러졌어야 할 기업들의 생명이
연장됐으나 그동안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해 요즘들어 부도가 늘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지연돼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번째 요인은 경기의 불균형성장이라는 점이다.

지난 2.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8.1%로 높은수준이었으나 경공업은 2.9%에
불과했다.

특히 신발업종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24.4%라는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고
섬유의복업 역시 0.1%성장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이들업종에 속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수밖에 없고
전반적인 자금사정이 나빠지면 곧바로 부도에 직면하게 된다.

세번째 이유는 은행들의 자금공급패턴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자금공급줄을 막아버리는등
여신심사를 철저히 한다는 것.

이는 은행의 건전건영을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나 한계상황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주식투자를 늘리고 가계대출을
확대함으로써 중소기업들에 돌아가는 목이 상대적으로 줄었을 가능성도
높다.

물론 최근 일부 중소기업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처럼 은행들이 중소기업
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한은조사에 따르면 통화관리가 전례없이 강화됐던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상업어음할인및 무역금융지원규모는 6천2백억원으로
지난달 같은기간의 5천4백억원보다 8백억원이나 많았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중소기업자금지원이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은 늘어나고 있고 추석(9월20일)이
다가오면서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문제로 이슈화될 소지도 많다.

경기호황속에서도 오히려 어두운 그림자가 더 두터워지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