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제데이터 이렇게 보자] (95) 통화와 물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은은 하반기 통화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뛰기만하는 물가를
    잡기위해선 "돈줄을 죌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실제 지난 7월까지
    소비자물가는 5.2%상승, 연말억제선인 6%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엔
    농산물값과 국제원자재가격이 속등하고 있어 어떤식으로든 물가관리가
    필요한게 사실이다.

    한은의 통화관리강화는 결코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물가가 불안한 기미를
    보일때마다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통화당국이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서
    통화의 고삐를 조이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일까.

    이에대한 해답은 통화론자의 화폐수량설에서 찾아볼수 있다. 화폐수량설
    의 출발점은 "MV=PY"로 표현되는 교환방정식이다. M은 통화량, V는 통화
    유통속도, P는 물가수준, Y는 실질소득을 나타낸다.

    교환방정식은 결국 한 경제가 균형상태에 있을때 명목적인 총지출(MV)과
    명목적인 총소득(PY)은 같아야함을 나타낸다.

    통화론자들은 통화유통속도(V)는 일국의 거래관습이나 거래제도에 따라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실질소득(Y)도 단기적으론 일정하다고 전제한다.

    이 가정에 의하면 통화량과 물가는 1대1의 비례적 관계를 갖는다. 통화
    유통속도와 실질소득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통화량과 물가는
    비례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논리를 현실경제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많다. 이른바 케인즈
    학파는 통화증가가 물가상승의 부분적인 원인이 될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요한것은 공급측면에서 유발되는 인플레
    압력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경우엔 총수요가 늘더라도 물가는
    오르지 않고 생산량이 증가하며, 경제가 완전고용수준에 있는 경우엔
    총수요가 늘어남에따라 임금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물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증적으론 통화량과 물가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자.

    지난 20여년간 물가는 80년대 중반을 제외하곤 평균 10%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71년 1월부터 94년7월까지
    통화량은 물가에 비례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분석을 토대로 통화량만이 물가상승의 원인이라고 단정할수는
    없다. 대상폭을 좁혀 71년부터 81년까지를 분석하면 통화와 물가는 오히려
    반비례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73년과 77~78년중 총통화(M)증가율은 40%
    수준에 근접했지만 물가상승률은 5~10%선에서 안정됐다.

    거꾸로 73~74년과 79~81년에는 통화증가율은 안정됐으나 국제원자재가격
    상승등으로 물가는 급등했다. 특히 73~74년중에는 단위노동비용이 30%
    가까이 상승, 물가불안이 초래됐다.

    결국 통화와 물가는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나 물가는 통화
    뿐만 아니라 국제원자재가격 단위노동비용등 많은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고삐를 잡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통화고삐만 잡는다고 물가가 안정된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임금
    상승억제등 다각적인 종합물가대책이 병행돼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화관리강화로 엉뚱한 부작용, 예컨대 금리상승이나 자금시장왜곡현상
    만이 나타날수도 있다.

    <육동인기자>

    ADVERTISEMENT

    1. 1

      [기고] 서학개미, 고환율 주범 아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고심 또한 깊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을 해외 주식 투자에서 찾는 일부 시각에는 깊은 우려가 든다.환율은 수많은 거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고, 그 가격이 다시 수급을 조절하는 중요한 가격 질서다. 특히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환경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가치를 ‘달러 베이스’로 판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관리를 위한 인위적인 조정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실제로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달러 베이스로 환산한 가격이 낮아져 외국인에게는 매력적인 진입 기회가 된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 역시 환차익 실현을 위해 해외 자산을 팔고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당국은 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국민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대한 기업’과 함께하려는 본능적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해외 주식 비중을 37%까지 확대해온 결과, 2024년 해외 주식 수익률 34%라는 성과를 거뒀다. 개인투자자 역시 올해 미국 주식 자산이 2021년 대비 세 배 이상 급증하며 성장 과실을 향유하고 있다.대외 자산 축적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대하다. 첫째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없이 중요한 자본소득을 학습하는 기회가 된다. 생성형 AI가 서비스 소득을 대체하고, 피지컬 AI가 노동 소득을 대체할 미래에 자본소득은 중요한 생존 수단이다. 둘째는 국가적 금융 재난 시 강력한 외환 방어막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lsquo

    2. 2

      [한경에세이] 꼰대 방지의 기술

      젊은 세대를 훌쩍 넘긴 내가 MZ세대를 이야기해도 될까, 가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다만 이미 ‘꼰대’라 불리는 세대에 속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구청장으로 일하다 보면 수많은 보고서와 통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접한다. 정책을 설계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자료들이다. 그런데 세대 간 소통, 특히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외로 집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아내와 1990년대생 직장인 딸, 그리고 2000년대생 대학생 아들은 내가 꼰대가 되지 않도록 늘 점검표를 들이대는 가장 엄격한 평가단이다.물론 가족들이 늘 내 생각과 일상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딸과 아들은 각자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서 집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올 때는 대개 꽤 중요한 사안인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패션이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며 셔츠를 고민하고 있으면, 딸이 나타나 ‘퍼스널 컬러’라는 낯선 개념을 꺼내 든다. 그러고는 주저 없이 말한다. “아빠 지금 패션, 솔직히 완전 구리다.” 덕분에 이제는 퍼스널 컬러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조금은 알게 됐다.이런 가감 없는 평가는 때로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경험들이 MZ세대 직원들을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MZ세대에 변화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관점과 의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소통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의

    3. 3

      [최석철의 자본시장 직설] 정치 문턱에 선 회계기준원

      지난 19일 한국회계기준원 회원총회를 앞두고 몇몇 회원사에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는 금융감독원 쪽 인사였다.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전화였다. 새로운 회계기준원장 선임 표결을 몇시간 앞두고도 전화가 울렸다.회계기준원 원장추천위원회(위원장 정은보)는 앞선 11일 지원자 면접을 실시하고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를 1순위, 곽병진 KAIST 교수를 2순위로 선정했다. 회원총회에선 1순위인 한 교수 선임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감원 개입으로 결과는 뒤집혔다. 총회 표결 결과 2순위였던 곽 교수가 1순위였던 한 교수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표를 받아 신임 원장에 선임됐다.이번 회계기준원 사태는 단순한 인사 잡음이 아니다. 원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영향력이 작동했다는 의혹은 회계기준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자체를 흔든다. 회계기준원이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회계기준 신뢰 전제조건 '중립성'회계기준원은 1999년 설립 이후 기업회계 기준의 제정과 개정·유권해석을 맡아온 민간 독립기구다. 상장사와 금융회사, 보험사, 비상장기업까지 광범위한 회계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 회계기준원이 시장의 신뢰를 얻어온 이유는 명확하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제 기준과 기술적 논리에 따라 판단해 왔다는 전제다. 이번 원장 선임 과정에서 이런 전제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불씨는 이미 있었다. 이한상 회계기준원장은 올해 보험업권 회계 문제를 제기하며 전면에 나섰다. 회계기준원이 특정 기업의 회계 처리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회계 처리의 적정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