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달러화가 일본엔화에 대해 3주만에 다시
98엔대로 급락했다.

달러화는 16일과 18일 잇달아 열리는 미국과 독일의 중앙은행정책결정기구
회의에서 결정될 금리향방을 기다리며 비교적 장기간동안 1백엔대를 유지
하면서 폭풍전야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달러화는 18일 도쿄외환시장을 시발로 아시아시장에서 1백엔선을
뚫고 내려앉으면서 뉴욕에서는 하룻동안 거의 2엔이나 떨어지는 폭락세를
그렸다.

거래시간대별로 보면 도쿄에서 달러화는 99.88엔으로 폐장된 뒤 런던에서
98.80엔,뉴욕에서는 98.58엔을 각각 기록했다. 도쿄에서는 전날보다 95전,
뉴욕에서는 1.6엔이 떨어진 수준이다.

달러화의 돌연한 급락세는 이날 한 일본TV에 출연한 고노 요헤이 일본
외상과 미키 켄터 미무역대표가 양국간 무역협상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촉발됐다.

여기에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대일무역적자확대소식과 독일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기대무산이 업친데 덮친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7월말 일본의 정부조달시장개방협상이 결렬된 후 9월말까지 미국의
대일본제제가 유보된 상황에서 두나라의 무역협상은 최근 지적재산권
협상이 타결되는 등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고노외상은 시장개방확대를 수치목표로 제시하라는 미국측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이 제재를 가할 경우 쌍무협상을 중단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이에 대해 캔터대표는 일본이 엄청난 무역불균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양보를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오는 9월30일까지 통신장비
조달시장과 의료기기시장에 대한 개방폭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일무역보복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양국간의 첨예한 입장차이는 60일간의 유예기간동안 쌍무협상이
점진적인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외환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미일양국간의 무역분쟁조짐에 대한 우려는 미국의 대일무역적자확대소식
으로 상승했다. 6월중 미국의 무역적자는 5월의 95억2천만달러에서 93억
7천만달러를 기록, 전체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일본에 대해서
만은 43억9천만달러에서 55억2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월간무역적자규모로는 지난 3월이후 최대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에릭 닉커슨 부사장의 말을 빌리면 미일무역협상
대표들간의 언쟁에다 미국의 무역수지악화소식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미일간의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이날 외환시장을 지배하면서
미국이 대일무역적자축소를 위해 엔고라는 무기를 선택할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되살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화강세를 희망하고 미일무역협상과 외환시장의 분리
를 주장해 온 클린턴행정부의 말은 믿을 것이 못된다"는 몬트리올은행의
토마스 벤퍼의 지적은 이같은 시장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다.

달러화는 독일마르크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기대했던 분데스방크
의 주요금리인하가 무산됨에 따라 달러화는 뉴욕시장에서 1.5433마르크를
기록, 전날보다 0.87페니히가 떨어졌다.

7월중순 1.51마르크대까지 떨어졌던 달러화는 분데스방크의 정책결정기구
인 중앙이사회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독일의 금리인하기대로
1.56마르크대까지 회복됐었다.

시장이 독일의 금리인하를 거의 확신하게 된 것은 분데스방크가
인플레예고지수로 삼고 있는 M3통화량(현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비은행금융기관예금포함)증가율이 연초의 20%대에서 7월에는 9.9%로
급속하게 진정되고 있는 데 근거를 두고있었다.

인플레율도 작년평균 3.7%에서 6월에는 거의 3년만에 처음으로 3%이하로
하락한 것도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분데스방크가 18일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시장을
실망시키고 달러화약세를 부추겼다. 분데스방크의 선택은 예상밖으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경기회복세에 따른 인플레기대심리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독일의 주요경제연구소들과 연방정부는 올해 통독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1~1.5%에서 2~2.5%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엔화와 마르크화에 대해 미일무역협상이 가시적인
해결기미를 보일 때까지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벤퍼는 97.50엔과 1.5300마르크를 점치고 있다. 닉커슨은 97엔이하와
1.51~1.52마르크까지 달러화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