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국 일주, 저서 출간, 드럼 배우기. 꽤 오래전부터 적어 온 버킷리스트의 일부다. 실천한 것도 있는데 목록은 늘어만 간다.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배낭여행도 한 번 더 가면 좋겠다. 의지에 비해 노력할 시간은 부족하고 건강도 신경 쓰이지만, 버킷리스트는 원래 그런 거다. 끝을 알면서도 놓칠 수 없는, 애잔하고 아름다운 꿈.조금 다를지 몰라도 내겐 ‘행복리스트’가 있다. 예쁘고 유쾌한 이름이지만 실상은 ‘To-Do List’의 우리말 버전쯤 된다. 산업부 과장이던 2007년 여름, 담당자별 업무를 이메일에 첨부할 때 불현듯 떠올린 파일 제목이었다. 깔끔하게 정리한 과제들의 구조와 내실이 만족스러워 ‘행복’으로 표현했을 텐데, 기특하게도 그날은 심지어 일요일이었다.이후 모든 일을 행복리스트로 관리했다. 과업을 꼼꼼히 완수하기 위한 기준 혹은 기초로 삼았다. 통제와 관리가 아니라 소통과 공유를 위한 메모이자 책임을 묻기보다 함께 최선을 다하자는 동료들과의 약속이었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이름 그대로 ‘행복’했는데, 지금도 적고 있냐는 지인들의 질문에는 그저 ‘행복한’ 웃음으로 답한다.‘잊지 말자!’라는 목록도 있다. 좌충우돌 초임 사무관 시절부터 모아 온 교훈(?)들인데, 경험에 기반한 것이어서 가끔 다시 읽을 때면 속상하고 창피한, 화가 치솟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라 허리를 세워 고쳐 앉게 된다. 하나하나 가르침은 여전하고, 고마울 뿐이다.실무자에서 관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교훈’의 관점은 많이 달라졌다. 무려 249개 문장의 첫 번째는 ‘지시는 간단명료하게, 쓸데없는 지시는 애초에 하지 않는
일본에서 연금으로 사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오는 14일 수급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달부터 공적연금 지급액이 모처럼 2.7%나 오르기 때문이다. ‘3층 구조’ 연금에서 1층인 기초연금(전 국민 대상)은 40년 가입 기준 매월 약 58만원에서 59만원으로 인상된다. 2층인 후생연금(직장인 대상)은 40년 근속 기준 약 197만원에서 202만원으로 오른다.전년도 물가 상승률만큼 매년 연금액이 오르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쉽게 수급액이 인상되지 않는다. 2004년 연금 대개혁으로 도입한 지급액 억제 장치 ‘거시경제 슬라이드’ 때문이다. 연금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이 장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조정률을 반영, 지급액을 임금 또는 물가 상승분 이하로 낮춘다. 고갈 걱정 없는 일본 연금지난해 물가와 임금을 반영한 기초 인상률은 3.1%, 여기에 조정률(0.4%)을 차감한 최종 인상률은 2.7%로 결정됐다. 임금이나 물가가 하락하면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작동하지 않고 그만큼 연금액이 삭감된다. 20년간 연금액이 오른 해는 다섯 번에 그쳤다.이 제도는 일본의 연금이 100년 뒤에도 바닥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토대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보험료율. 일본은 2003년 13.58%였던 후생연금 보험료율을 2004년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17년 18.3%까지 올렸다. 2004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100년 안심’을 내걸고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을 밀어붙인 결과다.일본의 연금 개혁은 현재진행형이다. 5년에 한 번씩 재정 검증을 하고 경제·사회 변화에 맞춰 필요한 개혁을 또 실시한다. 5년 만에 재정 검증을 하는 올해는 기초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을 현행 40년(20~60세)에서 45
‘1987 체제’ 이후 개헌론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가 사그라들기 일쑤였다. 국가 백년대계가 아니라 매번 ‘사리당략(私利黨略)’ 차원에서 꺼냈다가 변죽만 울렸다. 1990년 3당 합당 때 내각제 추진 비밀 각서, 1997년 대선 때 김대중·김종필의 내각제 개헌 등이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원 포인트 개헌’ 제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도 임기 말 불리한 정국 타개용이었다.문재인 정부 때 여권이 내놓은 개헌안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정신과 배치되는 내용이 적지 않아 그 지향점을 의심케 했다. 사회적 경제, 경제민주화,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등 국가 개입의 문을 더 확대해 헌법 119조 1항(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을 훼손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념적 색채를 도드라지게 하려는 의도다. 개헌을 해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근본가치를 건드려선 안 되는데 정파적 색깔로 덧칠했다. 헌법이 헌법을 파괴하는 모순이다. 이 기조가 지금 야당의 개헌 틀이 될 것이다. 경제 관련 조항을 대폭 늘려 헌법에 넣으면서 일반 법률로 규정해도 충분한 것들을 줄줄이 명시해 헌법 과잉, 헌법 만능주의도 초래했다.권력 구조 개편은 정략을 떠나 정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든, 내각제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야당에서 주장하는 개헌은 거대 야당의 폭주를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 조국당은 대통령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