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지루한 협상끝에 끌어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포괄적 합의는 북핵공포에 시달려온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다행스런 소식인지 모른다. 3단계 고위급회담을 마치면서 발표된
공동합의문은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건설을
지원하고 양측이 정치.경제 정상화의 구체적인 첫 조치로 상대방 수도에
외교대표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합의문은 최대 쟁점이었던 폐연료봉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종전의 태도를 바꿔 재처리를 포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오는9월23일로
예정된 2차 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의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된 것만은 확실하다. 북한측이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을 재확인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회원국으로
완전복귀할 것을 약속한 것도 이같은 낙관적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합의는 상황변화에 따라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지금까지의 북.미 핵협상과정에서만도 여러번 보아왔다. 이번
합의문만 보더라도 북한과 미국의 기대수준이 서로 다를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2차회담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원칙합의를 보는 우리정부의 시각도 총론적 진전일뿐 구체적
이행과정에서 많은 변수가 있어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북.미회담의 분위기가 급진전되고 있는 이상 언제까지나
방관적 입장만을 취하고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북핵의 투명성보장과 북.미 관계정상화의 단계및 속도에 관해
한.미간의 기존입장을 재조율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이러한 작업에는
북.미 관계정상화에 앞서 북한의 과거 핵까지도 포함하는 전반적인
핵투명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이 확고하게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정부가 수행해야할 또 한가지 중요한 과제는 북.미관계가
이번 합의를 통해 급진전될 경우 그것이 한반도에 미칠 엄청난 영향을
냉철하게 계산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일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김정일체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대내외적인 정통성을 확보하는데 큰
힘을 얻게될 것이다. 또 북.미 관계개선은 북.일간의 관계정상화협상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일.중.러등 4강의 남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교차승인이 완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회담과 관련한 소외감을 한시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이러한
동북아질서의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