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민간기구가 "사법관할권"포기와 같은 민감한 정치현안을
해결한 것은 그 어떤것보다 양국관계개선에 밝은 전망을 예고하는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대북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열린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
(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간 제6차 회담은 여객기납치범
등 정치적 망명자에 대한 송환거부권을 인정함은 물론 우편통신의 신속
처리,전화통화의 개선,그리고 경제 무역및 문화교류증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것등에 합의했다.

양국간의 민간협의창구인 해협회와 해기회의 최고위 대표자회담이 처음
열린 것은 작년 4월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였지만 이후 양국간에는 잦은
항공기납치사건을 비롯하여 지난 3월 천도호사건과 같은 돌발적 사태가
일어남으로써 후속의 대표자 회담이 열리지 못한채 오히려 냉기류가
감돌았었다.

당초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이번 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중국
측이 내린 정치적 양보에서다. 실제로 정치망명의 인정이나 사법관할권의
포기와 같은 정치적 결단은 대만이란 국가실체의 사실상의 인정으로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이것은 이례적인 양보라 할수
있을 것이다.

중국측이 이같은 선택을 한것은 경제적 실리를 보다 중시한데 있다. 사실
24명의 관광객이 비명에 간 천도호 사건과 중국당국의 미숙한 뒤처리에
대한 대만의 분노는 컸다. 분노는 경제및 인적교류의 중단조치로 나타났다.

중국의 개방정책이래 중.대의 경제.무역 교류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대만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현재 1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양국
교역량도 올해엔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천마호사건이후 대만은 대중투자를 극력 억제했을 뿐아니라 기존의 투자중
일부는 동남아로 철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중국과 대만간에 진행되고 있는 협상의 양태와 성과는 같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분단국인 우리에게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것은 이같은 접촉의 목표가 대화의 증진과 교류의 확대에 있든 혹은
궁극적인 통합에 있든간에 외형상 민간레벨형식을 띤 교류.협의의
유효성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그래도 실질내막은
정부간 접촉이다.

아무튼 경제적 유대강화가 정치적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임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대만의 3불통정책(통상.통운.통우)포기이후 양국간의 인적교류는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대만간의 이같은 대화.교류성과가 김일성사후의
신북한 정권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