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우물만 파온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순수하다는 것과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명장모임의
회원들이 특히 그렇다.

남들은 잘 하러들지 않는 각종 기술분야에 지극히 순수한 동기로 발을
들여놓았고 또 그길에서 익힌 기술을 생명처럼 아끼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다.

오늘날 국제무대에서의 경쟁은 치열하다.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밀기계
로도 그 경쟁을 치러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명장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섬세한 명품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속한 분야에서 우리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필자도 어린 나이에 양복업계에 입문해 어언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일류 양복기술자가 되면 내 옷은 내가 만들어 최고의 멋쟁이가 되겠다는,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할 순수한 동기가 양복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였다.

우리 명장들은 지나온 과거가 서로 비슷한 처지라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항상 우의가 넘쳐 흐른다.

풍요롭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나며 각자의 기술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을
경주, 마침내 최고의 칭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20일 디자인포장개발원에서는 제1회 "대한민국 명장전"이 열렸다.
국내 최고 기능인들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 명품들의 집합장이었다.

한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전통부채의 이기동명장, 신라토기의 재현에
앞장선 배용석명장, 제주도민속공예를 대표하는 돌하루방의 송종원명장,
나무로써 표현할 수 있는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목공예의 박인주명장,
쇳물만 봐도 철의 강도를 예측하는 포철의 유문석명장, 예술성이 뛰어난
나전칠기의 손대현명장등 여러 명장들의 솜씨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수 없게했다.

필자도 양복명장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릴수 있어서
기뻤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수 없어 항상
아쉽다. 이제는 명장전을 더욱 자주 열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