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승 <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

93년 현재 국내 공기업은 정부 재출자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1백38개사에
종업원 38만명, 예산은 8조원에 이른다.

정부투자기관(23개사)의 자산합계는 12조8천억원으로 10대그룹(3백23개사)
합계와 비슷한 규모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사업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
하지만 대체로 공기업의 효율성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의 통제와 간섭,관료제의 병폐, 진입규제와 독점적 지위의 보장
등이 공기업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과거 3차례의 공기업민영화를 추진한바
있다.

1차민영화는 68년이후 부실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수의계약 혹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주식이 매각되었으며 실질적인 민간에의 경영권 이전이
이루어졌다.

2차민영화는 80년부터 금융자율화 여건의 조성을 목적으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3차 민영화는 87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이후 포철 한전등의 주식이
국민주 형태로 매각되었다.

신정부출범이후 신경제5개년계획상의 중장기 과제로 선정되어 작년부터
민영화가 다시 거론돼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민영화방식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하고 있고 이에따라
공기업민영화가 국가경쟁력강화를 실천할수 있는 구체적 실천대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정부는 전적으로 경제력집중억제를 중시하는 민영화방침을 발표
하였다.

이는 민영화를 경쟁도입과 규제완화의 적극적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선진국의 예를 볼때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신중한 재검토가 요구
되고 있다.

현재 민영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가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원칙이 확고하지 않아 한비 시비에서 보듯이 관련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이기적 주장만을 내세우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정부부처간 경제력 집중과 제조업체의 금융기관 지배문제를 둘러싼 견해차
이도 일관된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소유주체에만 논의가 집중되어 어떠한 기업이 공기업을 인수하느냐
를 놓고 정부와 기업간에 불필요한 갈등마저 초래하고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와 공기업의 경영효율제고가 민영화의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면 경제력집중억제만을 강조한 나머지 주인없는 민영화를 추구해서는
결코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민영화는 소유권의 이전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개입 축소와
시장기능 제고를 촉진하는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를 단순히 소유권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으로 파악해서는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민영화는 민간기업 참여를 통해 경쟁과 규제완화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민간의 활력에 바탕을 둔 자유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능력있는 경영주체가 공기업을 맡게됨으로써 우리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수 있으며 또한 공공부문의 효율화, 재정수입확보등의 파생적 성과
도 기대할수 있다.

공기업별로 민영화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에 적합한 민영화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첫번째로 산업경쟁력강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민영화이다.

한국통신 포철 한국중공업등은 국가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선진기업들과의 경쟁 직면하여 경쟁력강화가 필수적인 기업들이다.

시중은행의 경우도 시장개방, 국제화, 산업의 효율제고 필요성을 고려하여
여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들 공기업은 일정한 능력을 갖춘 민간기업에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되어야 한다.

이때 산업정책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경쟁도입및 규제완화를
병행하여 산업의 유효경쟁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두번째로 공공서비스 효율화 목적의 민영화이다.

공익성이 강하고 사업영역이 국내에 한정된 철도 항만 수도등 국가기반
시장과 청소 복지등의 다양한 공공서비스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민간기업에 경영권을 넘기되 지분을 제한하거나 분할하여 민영화함으로써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공공이 소유하면서 민간에 경영을 위탁하는 계약방식을 활용함
으로써 민영화와 동일한 효과를 거두도록 해야겠다.

이경우 공익성을 유지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측면의 감시와
성과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수입 확보가 주 목적인 민영화이다.

전매사업, 공기업의 자회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소수지분들이 그
대상이다.

경쟁입찰 혹은 증시상장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보하고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참여자격 제한도 고려해야 하겠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고 또한 정부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은 역시 산업경쟁력
목적의 민영화이다.

현재 산업정책차원에서 경쟁력제고를 위해 이들 기업을 민영화시켜야
하는데도 경제력 집중억제, 업종전문화등의 반경쟁적 정책들을 너무 강조
하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주인있는 민영화가 이루어지고 규제가 없는 환경하에서 자유롭게
경쟁해야 하는데도 필요한 조치들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경영능력이 있는 기업에 넘겨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되
독과점 규제, 공정거래 감시, 점진적 소유분산을 병행하여 국가의 형평성
목표와 조화시켜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현재 민영화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혼선은 우리경제의
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나 실천전략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는 쟁력집중 억제라고 하는 과거지향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은 사업확장 내지 매수이익 확보만을 위해 나서고 있다.

경쟁도입과 규제완화 촉진이라고 하는 민영화의 본질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부와 민간이 지혜를 모아야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영화가 이루어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