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에 대한 공식태도 표명을 미루어 오던 정부가 그의 사후 열흘이
되는 18일 오전에야 그것도 "국무회의시 국무총리 말씀"이란 이례적인
형식의 총리실 발표문이란 걸 내놓았다.

대통령이나 그 대변인, 총리나 공보처장관의 성명도 아닌 이런 유야무야한
발표방법을 택한것 부터가 최근 정부의 대북한 태도의 신중성 내지 소심성을
말해준다.

발표내용에 있어서도 할말은 하되 표현은 온건히 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무척 단호하리라던 6.25도발등 김의 죄과에 대한 평가부분이 간신히
시늉만 냈고, 국내 일각의 조문움직임에 대한 유감표명과 위법행위의
엄단방침에서도 강도를 낮추고 있다.

그에 대해 남북관계의 평화적 대화와 정상회담개최의 원칙유효 부분은
장황하지 않으면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속엔 유연성과 신중성이 있다고도 볼수 있지만 이
정도의 태도표명이라면 오래 망설일 것이 아니라 사망 발표 직후에 해야
했던 것이 백번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금후의 대화유도를 위해 신중한 내용이 필요했다고 해도
그같은 사건을 맞아 아무런 형태의 정부담화 한마디 없이 며칠씩 넘어간다는
것은 근 50년 독립국의 관록상 떳떳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장본인이 그리도 오랜 기간, 그리도 깊고 넓게 이땅에 영향을 미쳐온 것이
틀림없다면 내용은 여하간에 공식논평은 하는 것이 세련된 정부의 관행
이라고 할수 있다.

내용이 반드시 조의일 필요도 없다.

가령 이번 발표처럼 망자의 책임에 대해 분명히 논평할 것은 하고 그와
별단으로 차후의 평화적 접근과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여겨진다.

평양의 동향은 숨가뿔 정도로 긴장감을 더해 간다.

장례일의 돌연 연기에다 추모행사 설정의 진의가 추측대로 내부의 불가피한
사정 때문인지, 아니면 조문의 확산과 입북문상 유도등 대남 심리전략인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때에 정부의 명확한 방침표명은 빠를수록 좋다.

그런 연후 거기에 대한 국민의 협조는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예상되던 대북동조 행동이 불거져 나오고 며칠 지나서야 그것도 발표자
성명도 없는 발표방식을 취한 것은 유감스럽다.

그러나 형식은 어쨌든 발표속에 정부의 방침이 명백히 된 이상 오늘
내일의 장의일정은 물론 이제부터의 남북관계 추진에 있어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수렴하는 분위기는 보장돼야 하되, 중구난방식 혼란이나 폭력적
의사표현은 이제 불식해야 한다.

정부 또한 대북협상에서 꼭 할말은 떳떳이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