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이달 중순들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지난 11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다시 2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대표적인 국제원유인 북해산브렌트유도 런던선물시장에서
8월물이 배럴당 18.67달러를 기록하는등 작년 6월이후 13개월만에 최고치
를 경신했다.

최근의 유가오름세에는 무엇보다도 이달 1일부터 시작된 나이지리아
석유노동자의 파업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출국기구
(OPEC)회원국으로 하루 2백만배럴을 생산하고 이중 1백50만배럴을 수출
하는 세계 10대 석유수출국이다.

석유노동자들의 파업은 야당정치인 모슈드 아비올라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아비올라는 기업인출신의 정치인으로 작년6월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으나 군부정권에 의해 선거가 무효화되면서 반정부
활동을 전개해오다 지난달말 수감되었다. 군부가 아비올라의 석방을 계속
거부하자 노동자들의 파업은 확산되었다.

더욱이 14일 나이지리아 고등법원이 아비올라의 보석허가를 기각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고 이들은 더욱 강경하게 정부에 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나이지리아는 국내최대 정유소와 일부유전이 가동중단되는 등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석유시장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세계경기회복
으로 원유수요가 늘어나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 주요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가 제몫을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동산유국 예멘이 북예멘에 의해 재통일됐으나 내전중에 파괴된
유전들이 복구되어정상가동할 때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리는 것도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한편 계속되는 달러약세로 수요가 서서히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석유가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수입국들이 달러약세로 인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양을 수입할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등
주요국가의 증시가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원유시장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커 투기자금이 몰려든것도 유가상승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계경기의 꾸준한 회복과 함께 석유시장의
젖줄인 OPEC가 산유량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 유가상승의 근본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6월16일 OPEC는 현산유쿼터(배럴당 2천4백52만배럴)을 연말까지
고수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OPEC산유량은 지난 3월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석유수요는 올 하반기중 하루 7천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등
꾸준히 늘 전망이다. 특히 여름철이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성수기인 올가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