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값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달러화가 주요외환시장에서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계속 내림세에서
헤어나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달러화가 일본엔화에 대해 12일까지 내리 3일째 사상최저치를 경신
하는 기록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이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의
우려를 사고 있다.

달러화가 왜 이렇게 곤두박질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첫째는 종잡을 수 없는 빌 클린턴대통령의 미행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선진7개국(G7)정상들이 모였을 때
클린턴대통령은 "달러화시세가 미국경제의 기초여건을 반영할 것"이라면서
"특별한 대책이 필요없다"고 주장했는데 로이드 벤슨재무장관은 "달러화의
추가적인 하락은 미국경제나 세계경제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의 이같은 이견표출은 클린턴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킴
으로써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12일 당초 전월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던 6월중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불변이었다는 미노동부의 발표에도 달러화가 내림세를 지킨
현상을 설명해 준다.

물가가 안정되면 인플레에 대한 기대심리가 진정됨으로써 현안이 되고
있는 연준이(FRB)의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이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안
정되는 것이 원론이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30년짜리 재무성채권수익률이 전날의 7.73%에서
7.69%로 떨어지면서 채권가격이 상승한 것은 이같은 원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통상 채권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온 외환시장이 이날 달러화
하락으로 반응, 정상궤도에서 이탈했다.

또 하나는 미국과 독일의 묵계설이다.

특히 엔화절상을 겨냥한 이 두나라의 숨겨진 의도는 11,12일 이틀간 일정
으로 이뤄진 클린턴대통령의 독일방문중에 살짝 드러났다.

12일 클린턴대통령을 만난 직후 테오 바이겔독일재무장관은 "달러화약세가
미국과 독일경제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면서 "달러화약세에 대해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겔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과 독일이 달러화저지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달러화는 뉴욕시장에서 사상최저치인 96.55엔,
20개월만에 최저치인 1.5165마르크까지 급전직하하는 형세를 초래했다.

달러화약세가 뚜렷한 추세로 드러남에 따라 외환투자자들은 달러화보유
보다 매각을 늘리는 이른바 숏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환전문가인 DKB인터내셔널의 제라르 리용씨는 "이같은 투자분산전략의
변화에 따라 시장은 달러화약세와 추가적인 하락기대가 상호 악순환을
초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과 함께 "달러화는 90엔과
1.4000마르크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런던지점의 브론윈 커티스씨는 "미국채권시장의 유동성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95엔과 1.5000마르크를 점쳤다.

그러나 달러화가 마냥 하락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은 커티스와 마찬가지로 일단 달러당 95엔과
1.50마르크대까지는 직행하겠지만 그 선에서 조정세에 부딪힐 것으로 보고
있다.

란데스방크의 마카엘 부르크하르트씨는 "달러화가 장기적으로는 하강세를
유지하겠지만 적어도 단기간은 현수준을 바닥으로 조정국면을 맞을 것"
이라고 전망하면서도 "98.50엔과 1.56~1.57마르크까지가 반등상한선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선더디크씨는 "달러화가 수일내로 1.5000마르크로
떨어진 뒤 반등세로 돌아서더라도 기껏해야 1.54마르크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DG뱅크의 외환딜러인 프릴리프씨는 기술적인 반대매입에 힘입어 달러화가
1.56마르크대가지 회복될 수는 있겠지만 "미국등 선진국들의 분명한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달러화하락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지적하고
"1.4750마르크와 92엔이 적정환율"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케미컬은행도쿄지점의 아옥순일씨는 "미국이 일단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함으로써 달러화하락을 방치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95~1백엔을
점쳤다.

아사히은행의 외자부차장인 하마타씨는 "선진국들이 외환시장공조체제에
난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의 정세불투명으로 엔고가 일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97~1백엔선을 전망했다.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당분간 달러화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가장 큰 변수로는 FRB의 대폭적인 금리인상이 꼽히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지난 79년 폴 볼커FRB의장이 금리의 급상승을 허용함으로써
달러화방어에 성공했던 경험을 회상하고 있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