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권력이나 부가 끝끝내 이겨 내지 못하는게 죽음이다"

고대로마시대의 서정시인 호라티우스가 지적한 것처럼 죽음이란 어떤 절대
권력으로도 피할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천신만고를 겪고 갖가지 권모술수를 다 쓰고 호신의 심혈을 기울여 부여
잡은 권력과 명예의 힘으로도 막을수 없는것이 죽음이라는 어두운 나락
이다.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처럼 몸이 늙어 쇠약해 지거나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는 자연의 권력자들은 그래도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장기간 투병의 고통속에 죽어가거나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채 숨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조용히 영원함에 빠지기도 하고 임종전에 장문의 유언을
남기기도 한다.

다만 일반인과 한가지 다른 점은 역사상 많은 절대권력자들이 새운 대비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권력승계는 물론 자신의 출세를 철저히 준비했다.

고대이집트나 중국의 제완들처럼 거대한 능묘를 죽기전에 축조했다.

또 어떤 제왕들은 자신의 장례의식절차를 마련하는 일까지 있엇다.

프랑스국왕 루14세는 임종 전에 자신이 죽은 뒤 사람들이 부를 애도가를
스스로 작곡해 놓았는가 하면 제정러시아황제 알렉산드르3세는 자신의
장례식절차를 세세히 규정하기까지 했고 스페인국왕 카롤로스5세는 생존시
에 자신의 장례예행연습에 참여하기도 했다.

속세의 권력과 명예를 내세에서도 누려 보려는 인간욕망의 발로가 아닐수
없다.

반면에 불운의 횡사를 당한 권력자들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음모나 정변으로 모살되고 정쟁이나 혁명중에 법정이니 인민들에 의해
처형당하거나 사고로 죽은 경우다.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러한 불의의 죽음이 이어져
왔다.

2차대전이후 현대사에서 국가수뇌로서는 가장 오랜 기간인 46년동안이나
불변의 절대권력자로 군림해 온 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심근경색증"으로
92세의 삶을 마감했다.

대내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유례를 찾아 볼수 없는 절대정치권력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대외적으로는 강대국을 상대로 한 줄타기외교를 교묘히
펼쳐 온 그였다.

20세기가 낳은 유별히 돌출된 이종수뇌였다고나 할까.

어떻든 한반도의 긴장을 한가닥 풀어줄 남북정상회담을 18일 앞우고
세상을 뜬 그이기에 그런대로 한가닥 아쉬움은 남는다.

6.25전장이라는 민족적 참극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임종에 앞서 한마디
회한의 유언은 없었는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