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고 오염된 환경을 개선시켜 보다 나은 미래를
모색해 보자"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날로 확산돼 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메시지를
담은 전시회가 마련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6월24일-9월21일 경북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휴먼, 환경 그리고
미래전"은 현대산업사회에서 진보와 발전이라는 명목아래 빚어지고 있는
자연파괴, 환경오염, 인간의 소외와 고독등 우리가 당면한 여러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작가는 환경조각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키엔홀츠(1927-1994,
미국)를 비롯 린 폭스(60,미국), 야수마사 모리무라(43,일본), 길버트
(51,미국), 조지(52,미국)씨등 4명.

작품을 제작하기보다는 주어진 것을 선택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이번 전시작가들의 특징.

작가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나 오브제, 유명그림등을 사용하여
조각, 재구성하는 것이다.

사회나 제도의 비판을 풍자적인 현대인의 놀이와 장난감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특히 실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들을 활용하고 있어 친근감을 주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면서 재미있게 이해할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휴가기간중 가족들과 함께 가볼만한 전시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품작은 키엔홀츠의 "세계를 도는 회전목마"와 8점의 모노시리즈, "11판
승부" "솔리17"과 드로잉등 설치와 사진작품등 6건.

이중 "세계를 도는 회전목마"는 키엔홀츠부부가 88-92년 세계를 여행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장소들을 찍은 사진과 그곳의 고물상이나 벼룩시장
에서 구한 아프리카원주민의 마스크, 장난감, 인형등의 고물과 동물조각을
배치하고 조립해 만든 작품.

카니발음악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어두운 전시장에서 회전목마가 빛을
반짝인다.

관람자들은 안내원의 안내로 8까지의 숫자가 적힌 번호판을 돌려 선택
되어진 번호판의 번호와 일치되는 방만을 보고 나온다.

8개의 방은 1명의 부자, 2명의 중류층, 5명의 가난한 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작품의 의도는 관람자가 번호판을 돌려 우연에 의해 한곳을 선택하는
것과 같이 "탄생"도 자기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사람이 부유한 것이나 가난한 것이 우연이고 이 우연에 의해
나뉘어진 인간은 단순하게 이런 부조리를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노인의 외로움을 표현한 "솔리17"은 호텔방에 있는 식기 벽지 가구등의
물품을 그대로 작품으로 옮겨놓아 마치 연극무대를 보는것 같은 느낌을
준다.

"11판의 승부"는 가정안에서의 부부가 서로 다른곳을 보면서 결혼생활로
인해 상처받고 무관심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환경조각가인 린 폭스의 작품은 사실적인 그리기와 오브제나 사진
등을 직접 작품에 붙여 인간으로서의 조건이나 인간성회복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또 야수마사 모리무라는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세계를 과거의 유명작가의
작품과 합성시켜 현대인들이 갖고있는 문제점과 가짜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의
가공세계를 제시한다.

이밖에 길버트&조지는 "밤의 공포"라는 작품을 통해 현대의 도시문명속
에서의 인간의 꿈속이나 잠재의식속에 있는 두려움을 나타내주고 있다.

인간이 자기자신을 거울을 통해 무표정하게 바라보면서 그속에 스쳐지나
가거나 유령같이 떠있는 동물들을 보면서 인간내면속에 있는 두려움에 대한
환상을 끌어내고 있다.

선재미술관의 큐레이터 김선정씨는 "94년이라는 시점에서 21세기를
바라보며 자기자신을 뒤돌아보고 그주변의 환경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이번전시회의 기획의도"라고 말하고 "키엔홀츠가 지난
6월10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함으로써 이번전시가 뜻밖에 그의 첫
유작전이 되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