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담화문을 내고 정국 조기 수습과 국정 공백 최소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여당 불참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폐기돼 정국 혼란이 더 심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공동 입장이다. 한 대표가 제시한 대략의 방안은 외교를 포함한 윤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대한 불관여,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성역 없는 수사, 총리와 당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차질 없는 국정 수행 등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에 대해 사과하고,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데 따른 조치다.두 사람이 이런 구상을 내놨지만, 시작부터 난관을 만났다. 대통령 직무 배제와 총리 중심 국정 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부터 그렇다. 국정 수습을 정당 대표에게 위임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국가 운영 시스템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작동해야 하는데, 총리 중심 국정 운영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결정이다. 헌법엔 총리가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 대통령 궐위나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제71조). 또 총리는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다(제86조2항). 정부조직법에는 대통령이 사고로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못할 경우 총리가 대행토록 하고 있다(제12조).궐위는 파면, 사망 등으로 인한 대통령 공석을 뜻하고, 사고는 질병 등으로 대통령이 아무 결정을 할 수 없을 때다. 지금 대통령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라 궐위나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다수 학자의 견해다. 법적으로 위임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직무 배제된 대통령이 명을 내려도, 대통령의 명 없이 총리가 주요
극도로 불안정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미래 수출산업으로 급부상한 K방산에서의 잇따른 부정적 신호가 대표적이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일정을 접었고, 해외 군 관계자의 국내 조선소 함정 건조 현장 방문도 뚝 끊겼다. 스웨덴 총리는 비즈니스·산업·에너지장관, 무역장관을 동반한 5~6일 방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탄핵 국면에서는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례로 여실히 입증된 터다. 예고된 내수 침체 국면에서 수출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구조적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차기 미국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라는 점도 충격을 배가할 것이다. 수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핵심 의제를 다룰 정상 외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로 지금까지의 금융시장 변동성은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수출·통상 전선에 타격이 확인된다면 이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해외 투자자들도 바로 이 지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이 14개월째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4개월째 둔화 중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한 연말 연초가 골든타임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보다 트럼프 관세가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지금부터 한두 달을 허송세월하면 수출기업들이 교역조건에서 불이익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저가·덤
“적들로 가득찬 큰 묘지가 있다. (누군가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X에 올린 글이 재소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와 일해 본 사람들 말을 빌려 “그는 적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낸다”고 전했다.머스크의 최대 앙숙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머스크는 과거 올트먼을 “사기꾼 샘”, 오픈AI를 “시장을 마비시키는 괴물”이라고 공격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초기 투자자였지만 오픈AI가 비영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사진에서 물러났고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다. 오픈AI에 맞서 xAI를 설립하기도 했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머스크와 악연이 있다. 게이츠가 2022년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 5억달러를 공매도한 게 화근이었다. 머스크는 X에 배 나온 게이츠 사진과 ‘임신한 남자’ 이모지를 나란히 올리며 게이츠를 조롱했다.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머스크와 온라인 설전을 벌이며 격투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저커버그가 X를 꺾기 위해 ‘스레드’를 출시한 게 계기였다.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 사업을 놓고 머스크와 다퉜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따낸 초대형 계약에 소송을 걸고, 환경 문제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제한해달라고 정부에 청원을 넣자 머스크는 ‘소송(Sue) 오리진’이라고 비아냥댔다.요즘 머스크의 라이벌들이 트럼프 측에 선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