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하나로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제록스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제2의
중흥기"를 구축하고 있다.

제록스는 지난 70년대초 미국 복사기시장에서 9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문업체로는 보기드문 성공을 누렸던 기업이다.

그러나 80년대들어 컴퓨터및 컴퓨터 주변기기업체로의 변신을 꾀하려다
실패하면서 번영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주력분야인 복사기에서도 제품개발을 소홀히한 끝에 샤프등 일본
기업들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지난 82년 시장점유율은 13%로 엄청난 퇴보를
보였다.

또한 탄탄한 재정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아래 금융업에 손을 댔으나 경기
침체 증시폭락등 잇단 악재로 인해 1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입고 물러나야
했다.

지난 90년 폴 알레어 현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제록스는 재도약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먼저 기존의 방만한 경영방식에서 탈피,사무용기기 전문업체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무분별하게 인수했던 크럼&포스터 반캄팬메리트등 금융회사들을
정리하고 복사기를 중심으로 첨단 사무용기기 개발에 전념키로 한 것이다.

특히 세계정보업계의 조류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는데
착안, 디지털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즉 자사의 첨단 복사기와 스캐너를
네트워크와 결합, 패키지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록스는 지난해부터 "라이브보드"라는 67인치 대형 컴퓨터칠판, 문자를
디지털화해 음성으로 바꿔주는 "리딩에지"등 첨단기기를 잇달아 출시했다.

최근에는 야심작이라 할수 있는 "다큐SP"를 시장에 선보였다. 다큐SP는
문서 화상 도표등을 스캐너로 입력, 세계 어디로든지 전송하여 곧바로
프린터를 통해 출력할수 있는 첨단 사무용 시스템이다.

신제품 출시에 힙입어 제록스는 지난해 사무용기기분야에서 전년도에 비해
10% 늘어난 6억2천만달러의 세전수익을 올릴수 있었다.

알레어회장은 이같은 경영실적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경기불황과 치열해지는 업체간 경쟁에도 불구하고 회사순익이 올해 약
20%, 95년에는 30%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제록스는 이와동시에 1년간의 연구검토를 거친뒤 효율성제고를 위한 조직
개편의 대수술을 감행했다.

과거 기술 제조 판매 서비스등 기능별로 구분된 회사조직을 최종 소비자를
기준으로 한 비즈니스단위로 재편한 것이다.

디지털네트워크와 관련된 제품을 다루는 데스크톱 문서시스템부서, 복사기
를 전담하는 사무용기기부서, 재택근무자를 고객으로 겨냥한 개인용 문서
시스템부서등 제품및 소비자계층에 근거한 팀단위의 소규모 조직을 활성화한
것이다.

여기에서 각 팀들은 제품기획에서 제작 광고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또한 독립채산제를 도입, 실적이 부진한 팀은 과감히 해체하고 발전이 있는
팀은 인력 재정 기술등 각종 지원을 통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제록스의 선임연구원 존 실리 브라운은 "이전에는 새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작부서에 넘기기만 하면 우리는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획 판매광고등은 전담부서의 책임으로만 돌렸다"고 지적하고
이런식으로는 지금같은 무한경쟁시대에서 승리할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제록스는 연구원들이 영업직원과 손잡고 소비자들의 기호변화를 추적
하며 신제품을 재빠르게 내놓고 있다.

제록스는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를 사내에 알려 개발및 판매를
전담할 지원자를 모집한다.

이렇게 모인 직원들은 새로운 팀을 구성하게 되고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회사는 여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알레어회장은 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는
국제화시대에 제휴없이는 성공을 기약할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제록스는 테크트로닉스 AT&T등 다른분야의 선두주자들
과 기술및 생산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테크트로닉스와의 합작을 통해 다큐SP시스템을 개발했고 AT&T와 진행중인
정보네트워크 관련기술개발도 결실을 거둘 전망이다.

<이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