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시장이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8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걷잡을수 없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82년 1백33억달러에 이르렀던 연간 수주실적이 88년에는 불과 16억달러로
급감했고 91,92년 실적도 20억~3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다시 해외건설 수주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93년 수주실적은 92년의 27억8천만달러에 비해 1.8배나 많은 5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이같은 증가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6월 16일 현재 해외건설 계약액은 2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의 13억5천만달러보다 1.5배 가까이 많은 액수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올해 해외건설수주누계는 60억달러
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막판협상을 벌이고 있는 공사만해도 23건 27억달러에 이른다.

싱가포르 동부종합병원공사(1억1천만달러)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승객
계류장공사(8천만달러) 사우디 타북공항서부지역 확장공사(6천2백만달러)
이집트 엘쿠레이메이트 화력발전소공사(6천3백만달러) 등이 수주유력공사들
이다.

게다가 10억달러이상의 다른 공사에 대한 수주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진단은 단순히 수주실적 증가만을 근거로
한것이 아니다.

우선 우리가 접근할수 있는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세안 5개국을 중심으로한 동남아건설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고 이같은
활황세는 적어도 앞으로 2~3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과 얼마전부터 문이 열리기 시작한 러시아 중국 베트남 건설시장도 우리
건설업체들이 개척할수 있는 여지가 많은 지역으로 부각돼 있다.

접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본과 미국건설시장 역시
이젠 공략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시장은 이미 대우건설이 스미요시재개발에 원청자로 참여, "입성"했고
미국건설시장에도 개발투자형태로 여러업체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상황
이다.

이밖에 평화정착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중동건설시장에서 다시 공사발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도 라오스 중남미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대한 노력도
활발해지는 추세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는 것과 함께 수주방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엔 싼 노동력을 밑천으로 들어가 단순 시공을 하는게 대부분이었던데
반해 이제는 기획제안형 수주에서부터 개발투자형사업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땅을 산후 아파트나 연립주택 콘도등을 지어 파는 개발투자형 사업이
보편화되고 있고 어떤 업체는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발전소를 지어주고 그
발전소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공사비를 받는 방법을 선보였다.

싱가포르에서 기반을 닦은 일부업체들은 그동안 쌓은 신용을 바탕으로
현지업체와 합작, 제3국진출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70년대엔 토목과 건축위주의 공사를 수행했던데 비해 이젠 발전소 석유
화학단지 군사시설등 부가가치가 높은 공사를 잇달아 수주시공 하고 있는
것도 우리건설업의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67년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이래 지난해말까지 해외건설수주누계는
1천42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세계 67개나라에서 3천1백23건의 공사를 따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은 45개업체가 2백80건 2백50억달러 상당의 공사를 시공하고 있다.

보유장비는 1만7천6백20여대. 이 가운데 7천1백68대가 유휴장비로 분류
되고 있으나 상당수가 현지매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해외공사중 토목과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75.5%이며 플랜트의
비중은 22%에 머문다.

물론 아직은 토목 건축의 비중이 크지만 점차 플랜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시장 개방으로 우리가 잃는것 보다는 얻는것이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진 건설업체들이 들어오면 우리건설시장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외국시장이 개방되면서 돌아오는 반사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국내시장에서
선진업체와 제휴, 기술을 습득한후 해외로 동반진출하면 뜻밖의 결과가
나타날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주어진 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는 하다.

또 당국의 적절한 정책적 지원도 필수조건이다.

이런점에서 최근 정부가 해외공사를 대상으로한 연불수출자금융자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융자한도액을 2억달러로 확대하는등 해외진출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강화한 것을 업계에선 크게 환영하고 있다.

중동건설 특수이후 10년이 넘게 "방치"돼 있던 해외건설진출 촉진에
정부가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건설이 한국경제 발전에서 담당한 역할은 결코 무시할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80년대초 해외건설이 총고용에서 담당한 공헌은 2~3%에 이르렀다.

또 당시 국민 총생산의 2.1~3.8%에 달했던 외화수입은 기간산업을 육성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해외건설은 중동건설시장붐이후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우리 건설업체들이 선진건설업
의 대열에 합류할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
하고 있다.

<이정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