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건강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병원에 진찰받으러 가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혹시 의사로부터 불치의
병이라는 선고를 받게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병원에 다녀와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의사의 진찰결과의
설명이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간단히 말해주므로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어느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가 치고 받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치료해도 별로 차도가 없는 병이 궁금했었고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걱정이 되어 의사에게 병명이나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더니 바쁘다며
나가면서 대답한 말이 영어 한마디였다고 한다.

알아 듣지도 못했지만 그 의사의 태도가 너무나 업신여기는 것 같아 순
간적으로 주먹이 올라갔었다는 것이 환자의 경위 설명이었다.

환자는 의사에게 생명을 맡기고 있는 만큼 의사의 태도나 얼굴표정
하나하나에 의사는 환자에게 권위주의적으로 대하며 전문용어나 영어를
섞어가며 말해준다.

또 환자진료기록부나 처방전도 거의 영어로 쓰여져 있으므로 일반환자
로서는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오진이 아닐가
염려하면서도 환자는 의사의 지지에 무조건 따르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요즘에도 병원에서 흔히 쓰는 카르테라는 말은 진료록을 일컫는 독일어
이다. 영어의 카드 또는 차트에 해당하는 말이다. 해방전까지 우리 병원
에서는 주로 독일어가 사용되었었다.

그 이유는 일본이 독일의학을 받아들였으므로 일본교육기관에서 공부한
우리 의사들이 독일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해방후로 미국의학을 주로
배웠기 때문에 영어를 쓰게 되었다.

해방후 근5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영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사부는 7월부터 병원에서 작성하는 환자진료기록부를 한글로 기재
하도록 의료법시행규칙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 하였다.

한국에서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사의 의료행위 내용과 소견등을
한글로 적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 의사로서는 의료분쟁의
위험이 커질 것이므로 한층 진료행위에 신중을 가하는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진료기록부는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하는 것이므로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고 또 영어를 한글로 표기할때 의사마다 다르지 않게
용어의 통일등이 선행되어야 하지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