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업계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비"를 느끼는 쪽은 물론 반도체 제조업체들이다.

반면 반도체제조장비및 원재료생산업체들은 한국반도체업계에 박수를
보내며 이를 환영하고 있다.

한국업체에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제조장비와 원재료를 팔 수 있기 때문
이다. 반도체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한 장치산업이다.

16메가D램 제조를 위한 8인치 웨이퍼처리 생산라인을 설치하는데 대략
8천억원이 든다. 이중 국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10%인 8백억원어치가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제조장비의 국산화율은 1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업체들이 구입한 제조장비는 12억달러어치다. 이중 1억4천5백만달러
어치만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국산제품은 그나마 주변장치가 대부분이다. 핵심장비는 전부 수입에 의존
하고 있다. 장비는 모두 외국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일본 반도체제조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40억3천만달러에 달했다. 이중
14억6천만달러어치의 물량을 수출했다. 국내업체는 이기간동안 1천3백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일본의 1%수준이다.

수출품목도 반도체금형등 조립장비중 극히 일부에 제한돼 있다. 국내에서
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80여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평균
자본금은 5억원이 안된다. 평균 종업원수도 65명정도이다.

이처럼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일본과 미국기업들이 생산하는 최첨단 장비를
국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자체가 무리이다.

반도체제조의 핵심장비인 리토그래피 에칭 CVD(화학기상증착)장비등은
일본업체에 비해 기술수준이 각각 8년씩 뒤져 있다.

국내업체들이 이제 실험실용장비를 제조하거나 기본기술을 개발중인데
비해 선진업체들은 다른 공정장비와의 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때문에 외국기업들이 제조장비를 한국반도체산업 견제용
무기로 사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제조장비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도와사와 공동출자한 한국도와사를 설립, 반도체칩
자동포장을 위한 봉지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일본스크린사와 합작 공정장비를 제조하는 한국DNS사를 설립
했다.

아남산업은 미국 테크너사와 기술제휴, 도금장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금성일렉트론과 현대전자도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반도체제조장비개발에
나서고 있다.

원재료분야도 외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반도체포장재인 에폭시수지를 생산하는 일본 스미토모사의 폭발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이회사의 에폭시수지 생산중단으로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생산중단의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다른 업체들의 증산과 스미토모사의 조기수습으로 위기는 벗었으나
취약한 반도체재료산업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국내업체들은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지난해 90%이상을 수입했다.

실리콘웨이퍼는 70%가량을 외국에서 들여다 썼다. 포스코휼스와 실트론이
올들어 8인치웨이퍼를 양산하기 시작해 이분야는 내년까지 국산화율이
50%를 웃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재료분야는 제조장비보다 국산화 진척도가 빨라 내년말에는 국산화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포항제철 삼성전자 미국MEMC사가 합작해 건설한 포스코휼스는 올해말까지
8인치웨이퍼 생산량을 연산 4천만평방인치로 늘릴 계획이다.

아남산업은 지난해 9월부터 첨단리드프레임을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말까지
포토마스크 생산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최재창 금성일렉트론이사는 "한국반도체산업은 16메가D램 생산을 큰
분수령으로 삼고 산업전체의 저변을 넓혀가는데 주력해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와 원재료분야에서 국산화율을 높이지 못할 경우 D램 최대
생산국은 될수 있을지언정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는 되지 못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