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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479) 제2부 대정변 : 마지막 파도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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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버려두오"

    "내버려두다니요? 탈주병들을 그대로 둔단 말입니까?"

    "도망치는 자들을 죽인들 무슨 소용이오. 목숨이 아까워서 그러는데,
    도망가서 살수 있으면 다행한 일이 아니겠소"

    에노모토의 뜻밖의 말에 오쓰카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총재도 이미 전의를
    잃었구나 싶으니 절로 맥이 탁 풀렸다.

    이틀날 아침, 에노모토는 각료회의를 개최했다. 끝까지 항쟁을 하느냐,
    아니면 항복이냐 하는 최후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회의는 처음부터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간밤에 탈주병이 수없이
    생겨서 이제 성안에는 오륙백명 정도의 군사가 남아있을 뿐이라는 육군
    봉행인 오오도리의 말에 각료들은 모두 절망적인 심정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이제 일은 끝난것 아닙니까? 오륙백명의 군사를 가지고 어떻게
    관군의 총공격을 막아낸단 말입니까?"

    해군봉행인 아라이가 힘없이 말했다.

    "싸운다면 옥쇄전을 각오해야지요. 이미 승패는 판가름이 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오오도리가 대답하자, 그말을 받아 부총재인 마쓰다이라가 화라도 치미는
    듯 약간 목에 힘을 주어 뇌까렸다.

    "간밤에 주연을 베푼게 잘못이었소. 그바람에 탈주병이 그렇게 많이 생겨
    버렸지 뭐요. 간부들이라는게 적장이 보낸 술을 얼씨구 좋다하고 마셔대고
    있었으니 아랫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결과적으로 적장 구로다의
    계략에 놀아난 꼴이 되고만 거요. 우리를 취하게 해서 총공격을 감행한게
    아니라, 가만히 두고도 우리가 스스로 내부로부터 붕괴하여 항복토록 한게
    아니고 뭐요? 그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게 아니요"

    그 말은 곧 총재인 에노모토를 향해 쏜 화살과 다름이 없었다.

    에노모토는 약간 안색이 붉어져 올랐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미 소아를 버리고 대아의 길로 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소.
    그래서 그 술을 마시도록 한 거요. 설령 간밤에 탈주병이 생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관군의 총공격 앞에 우리 고료카쿠는 버티어낼 힘을 잃었소.
    그렇다면 애꿎은 목숨을 더이상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요"

    "항복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그거군요"

    "그렇소. 항복을 해서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고, 대신 나는 자결을 할
    각오를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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