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암데나 정들면 못살리
없으련마는/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이병기의 ''고향
으로 돌아가자'')

세월따라 세태는 변하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고향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고향을 떠나는데서 비롯된 현대문명사회의 인간들일수록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짙다.

아름답기만 했던 산하, 따스하기만 했던 부모의 손길, 정겨웠던 이웃들의
얼굴... 어릴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손짓을 하는 곳이 고향이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조직화되어 무미건조하기만 한 일상생활에 얽메인
현대인들에겐 고향은 활력을 불러넣는 매개체일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린든 B 죤슨이 임종시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도
중부 텍사스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살아있는 동안에 사랑도 나누고 아픔도 알아주고 죽으면 섭섭하게 여기는
이웃들이 있는 곳이 고향이라는게 그 까닭이었다.

빈부귀천을 가릴것 없이 어떤 계층의 사람이거나 고향에 가고픈 마음은
마찬가지라는 한토막의 일화다.

한국인들이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유별난데가 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귀성전쟁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극성이다.

전쟁은 귀성열차표예매에서 시작된다. 예매 전날밤의 역광장은 밤샘을
하면서 예매개시를 기다리는 긴 행렬들로 가득 메워지는 광경이 연출되어
왔다.

올해에는 엊그제부터 때이른 추석귀성전쟁이 벌어졌다. 예매장소를 여행사
로 분산시켜 이전처럼 법석을 떨 정도는 아니었으나 곳곳마다 밤샘행렬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발매시간이 너무 짧아 밤을 지새우고도 표를 사지 못한 사람들에게 허탈함
을 안겨준 것이 예년과 달라진 점이기는 하다.

추석연휴기간중의 수송능력(왕복좌석수 100여만매)을 늘릴수 없는 지금의
여건에서는 어떤 묘안을 따낸다 하더라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수밖에
없다.

기존선로의 복복선화, 새 선로의 건설, 도로망의 확충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마다 두번씩의 귀성전쟁은
피할수 없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전쟁을 해소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철도청
에 질타를 한바 있지만 지시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신록의 계적속에 몰아닥친 귀성전쟁을 보면서 벌써부터 추석귀성의 교통
지옥이 머리에 떠올라 가슴을 무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