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 < 서울대경제학교수/세계경제연구소 소장 >

독일인들은 신용카드를 잘쓰지 않는다. 그 보급율에 있어서는 선진국중
최하위이다. 그러나 제품의 표준을 설정하는 독일산업기준(DIN)은 선진국중
최상위이다. 제품안전기준이나 환경오염기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은 이러한 기준의 설정국가이다. 독일이 기준을 정하면 다른 선진국은
따라하는 정도이다. 독일은 또한 "사회적자본주의"라고 할 정도로 사회보험
을 중시한다.

상점들도 모두 오후 6시반이면 철시하는데 이는 주로 근로자복지때문이다.
독일의 사회보험은 인구의 90%이상을 대상으로 하는데 정부는 물론 민간
보험회사도 이를 관장한다. 완벽한 사회보험속에서 각개인은 병원과 의사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에 병원들은 환자유치를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때문에 의료산업이 잘 발달되어 그 제품수출에 있어서는 세계시장의 10%
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이미지중심 마켓팅에 반응이 적다. 따라서 독일은 소비및
기업관련 서비스산업에 있어서는 약하다. 통신 수송및 전력산업등도 정부
간여가 심하여 혁신이 잘 안되는 분야이다. 독일기업은 기술지향적이다.
수요자와 협동하여 기존제품의 질을 높이고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있다.

업종다각화는 전통적으로 긴밀한 관련 분야에 그치는것이 보통이었다.
광범한 분야의 다각화는 매우 드문편이었다. 다임러 벤츠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이러한 전통적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전자회사인 지멘스회사를 방문했을때 스타인 도르프 박사는 "다각화
를 하지 않은 미국 IBM은 현재 수많은 종업원의 해고문제에 봉착해 있으나
우리는 일찍부터 다각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의 광고방송은 하루 몇십분밖에 할수없고 일요일에는 불가능하므로
광고산업이 잘 발달하지 못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는 잘 정립돼
있고 따라서 경제발전에 중소기업도 큰 역할을 한다. 기업구조는 독일식
가족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계급조직적이라고 할수있다. 독일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복잡한 기계류의 생산이나 생산공정및 아프터서비스가 요구
되는 분야에서 특히 경쟁력이 강하다.

그러나 수명이 짧은 제품의 대량생산과 공격적 마켓팅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약하다. 노조는 산업별노조로서 잘 조직되어 있으나 실용적인 노선을 걸어
왔다. 경영층은 주로 과학과 기술계통출신으로 구성돼 있는게 보통이다.

독일기업은 과학기술지향적이고 세계일류의 정교한 기계류 기기 자동차
관련제품및 화학산업제품의 생산에 자존심을 걸고있다. 독일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비용경쟁이 아니라 신제품생산을 통한 제품차별화
경쟁을 하며 대량생산제품보다 정교한 제품생산분야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목표는 일본기업처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고급제품의
시장지배와 만족할만한 수준의 이윤확보이다. 독일남자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분야는 기계공학이다.

최근들어서는 의학과 법학도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생산직이건 관리직이건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에 대한 애착심과 지속감이 높고 강도높은 직업훈련을
받는다. 그 산업을 떠나는 것을 거의 파문으로 여길 정도이다.

독일기업의 소유면의 특성도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 많은 기업은 주식이
은행이나 기관에 의하여 장기보유되고 있으므로 미국기업들처럼 단기이윤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독일기업들이 장기기술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독일에는 일본의 통산성같은 무역담당부서가 없다. 독일인들은 무역은
기업의 일이지 정부의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