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에서 한가지 품목으로 대를 이어가며 50년째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다.

서울 영등포시장로터리에 자리잡고 있는 대림도량형계기가 화제의 기업.

저울업체인 이 회사는 해방직후인 45년 9월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저울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단지 달라진 것은 취급품목이 대저울이 전자저울로 바뀌었고 대표가
창업주인 임순원씨(72.회장)에서 아들인 임정식씨(40.사장)로 넘겨졌다는
것뿐이다.

임회장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당시만해도 서울의 가장 변두리여서
점포를 싸게 구할수 있었기 때문.

영등포는 비만 오면 걷기 힘들 정도의 수렁진창을 이뤄 "진등포"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지만 변두리라 집값이 싸고 또 인근에 방적회사등이
위치한 상공업지역이어서 취직하기 쉬워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터를
잡기엔 안성맞춤인 지역이었다.

전차종점도 있어 비교적 교통도 편리했다.

충북 진천생으로 이월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임순원씨는 해방전 상경해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자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저울장사를 시작
했다.

간판은 대림상회로 걸었다. 임씨가 취급한 것은 대저울을 비롯, 지시저울
됫박 대자등이었다.

대저울은 위쪽에 달린 손잡이고리를 중심으로 양쪽에 물건과 추를 달아
무게를 다는 저울로 대표적인 품목이었다.

주수요처는 엿장수를 비롯한 고철장수와 정육점 싸전등이었다.

임씨는 처음에는 영등포를 중심으로 가게에 찾아 오는 사람을 상대로
저울을 팔았으나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어 자전거등을 타고 김포 시흥 안양
수원등지로 팔러 다녔다.

저울공급을 통한 미터법통일에 기여한 공로로 68년엔 상공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81년 아들인 임정식씨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 회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2선으로 물러앉았다.

고대 무역학과를 나온 임사장은 아버지로부터 저울사업을 물려받았으나
도소매업으론 사업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의욕적으로 첨단제품의
제조에 뛰어들기로 하고 전기 전자과출신의 인력을 모아 로드셀타입의
전자저울 개발에 나선다.

전자저울은 유망품목일 뿐 아니라 앞으로 시장을 지배할 저울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로선 첨단분야인 로드셀타입의 전자저울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릴뿐 아니라 투자액도 엄청난 점을 감안, 전자저울생산을 뒤로 미룬채
우선 수입판매하고 기계식저울부터 생산에 나섰다.

이후 88년에 부천에 일본 이시다사와 합작으로 전자저울공장을 설립해
이제는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단계로 올라섰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영등포로터리의 점포는 지금 전자저울연구소와 전시장
으로 기술개발의 심장역할을 하고 있다.

임사장은 창업 50년을 맞는 내년을 제2의 도약의 해로 삼고 저울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임사장은 "저울과 컴퓨터를 결합할 경우 다양한 사업을 할수 있다"며
"유통근대화를 뒷받침할수 있는 점포자동화기기와 물류시스템 농산물포장
기기분야로의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