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싸움이 끝난게 아니지 않습니까. 후쿠야마까지 점령해서 마쓰마
에번을 깨끗이 무너뜨린 다음에 완전한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시가행진을
펼치는게 옳지 않을까요?"

"후쿠야마 점령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하코다테에 있는 서양 여러
나라의 공사와 영사들에게 우선 우리의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나중에 공화국을 수립한 다음 그들의 승인을 받아내는데도 도움이
될거니까요"

그러자 오오도리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정부를 수립한 다음에 축하의 행진을 하는게 좋을것 같은
데요"

"공화국을 수립한 다음에는 행진뿐 아니라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여야
지요. 서양 여러 나라의 공사와 영사는 물론이고 공관원들 전원과 거류민
중에서도 유력자들을 초대해서 파티도 베풀고요"

에노모토는 마치 머릿속에 서양사람들을 구워삶을 생각만이 가득한 사람
같았다.

히지가타가 또 불쑥 물었다.

"파티는 또 뭘하는 겁니까?"

"연회를 베푸는 거요"

"서양사람들을 초대해서 술을 대접한다 그거군요"

모두 와- 웃음을 터뜨렸다.

"자,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결정을 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
가야지요" 나가이가 말하자 에노모토가 얼른 받아서, "다수결로 결정을
합시다. 다수결이 뭔가 하면 표를 많이 얻는 쪽을 따르는 겁니다. 자,내
의견에 찬성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세요"하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런 의결방식이 생소해서 모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두리번
거리다가 슬그머니들 손을 드는 것이었다.

회의 참석자는 모두 아홉 사람이었다. 그 가운데 히지가타와 오오도리 두
사람만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7대2였다.

"자, 찬성이 일곱 사람 반대가 두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곱 사람의 찬성
을 얻은 내 의견이 채택됐습니다. 모두 박수를 쳐주세요" 에노모토의 말에
좌중은 재미있다는 듯이 히죽히죽 웃기도 하며 투닥투닥 박수들을 쳤다.

그러나 히지가타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박수를 치지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회의 방식이어서 분위기가 매우 부드러웠다.
에노모토는 홋카이도 땅에 발을 들여놓자 처음부터 그렇게 민주적인 방식
으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