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을 보증수표처럼 틀림없는 사람으로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근년
은행의 활용도는 높아만 가는데 신뢰도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행원이나 중간간부들이 예금주의 돈을 거액 편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늘어나고 있다. 배금풍조의 확산속에 은행원만 독야청청할수
있겠느냐고 관용할 문제가 아니다. 금융거래가 생활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신용의 최후 담보는 국민재산의 수탁자인 금융기관의 확고한 책임감이다.

한국통신의 주식매각 입찰대행을 맡은 외환은행의 소행은 한마디로 이같은
기대를 저버렸다. 그 진상은 좀더 기다려봐야 알수 있겠으나 이미 보도된
상황증거로나 허준행장의 일부시인 발언만으로도 혐의점이 번복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속에 내재된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재도상의 허점이다. 주당 낙찰가가 3만4,700원인데 외환은행이
그보다 살짝 100원 높게 응찰했었다는 혐의는 내부정보 유출이라는 아주
상식적인 의구를 모면하기 어렵다. 입찰대행기관의 응찰자격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이다.

둘째 은행경영진의 부도덕성이다. 결백을 전제로 하면 처음 응찰을
시도한것까지는 나무랄수 없다. 그러나 정확한 낙찰가를 우연히라도
입수했음을 책임자가 알았다면 그때 응찰을 포기했어도 늦지않았다. 100원
높은 선으로 응찰을 한것부터가 잘못이지만 뒤가 켕겨 낙찰가보다 100원
낮추는 포기방식을 선택한 발상은 고위직 공인으로서의 품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개별 직원의 예금편취나 횡령과는 차원이 다르다. 임원회의를
열고 언론대책까지 강구하여 허위발표를 감행한 사실은 심히 반도덕적이다.
행정이나 임원이라면 그 은행의 얼굴이요, 기관 그자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한국금융계 전체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문제로 볼수밖엔
없다.

셋째 한국통신의 주식공개는 한국경제가 체질을 바꾸어가는 중요한 도정의
하나라는 점에서 불성실한 입찰업무의 선례가 일반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차후 정부투자기관의 민영화에도 여파를 미칠 우려
가 있다.

이미 행장의 사의표명이 있었지만 감독당국은 진상을 호도하지 말고
다각적으로 제도상, 인사상, 운용상 문제의 소재를 파악하여 근본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신용회복 없이는 금융자율화는
물론 경쟁력 강한 국민경제도, 명랑한 신용사회도 구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당로자들은 명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