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람들이 한국말을 배운다. 세계만국어로 불리는 영어가 모국어인
영국사람들이 해외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외국어배우기에 나섰다.

외국에서라도 현지소비자들과 직접 대화하지 않고는 경쟁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정부는 올해 "수출을 위한 외국어배우기"(Language for Export)
캠페인을 시작했다.

수출을 위해서는 현지어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느라 혈안이 돼 있는데
영국사람들은 영어만으로는 장사를 제대로 할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런던상공회의소의 피터 비숍 유럽담당국장은 "이제는 우리가 세계시장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물건을 사줄 사람들이 영어를 다 배울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라면서 영국인들의 외국어배우기운동의 이유를
설명한다. 때문에 외국의 소비자를 직접 만나 영국상품을 사달라고 조르기
위해서는 현지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영국상공부가 주관하고 영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이 외국어배우기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예를 들어 일본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원한다면
일본 현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6개월간의 연수비도 지원해 준다.

"물론 한국어가 필요한 사람이 지원하면 마찬가지로 도와준다는 방침"
이라는 비숍국장의 설명이다.

4월에는 비즈니스외국어경시대회도 개최한다. 브리티시에어웨이스등
영국업체는 물론 소니사 등 일본업체들도 스폰서로 나서서 상금2만5천
파운드(약3억8천만원)를 걸고 수출역군들의 외국어겨루기가 열리는
것이다.

입상자에게는 현지연수를 비롯 갖가지 특전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외국어배우기는 문화적국수주의기질이 있는 프랑스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어만을 고집해 온 프랑스사람들이 영어배우는데 열을 내고 있다.
대학에서도 일본어등을 제2외국어로 공부할 것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유럽집행위원회의 윌리엄 마틴 역내시장담당과장은 "유럽시장이 통합
됐지만 공식언어만도 9개나 된다. 유럽사람들도 역내시장에서 장사하기
위해서는 현지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람들이 유럽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언어문제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고 말한다.

파리 한복판에서 3년씩 근무하면서도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주재원들이 수두룩한 우리의 수출전선현장을 생각하면 마틴과장의 지적은
아픈데를 찌르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수출상품은 현지사람, 그것도 영어를 할줄 아는 현지인을
통해야만 하기때문에 경쟁에서 그만큼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언어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첨병의 무기가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