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아테네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및 중앙은행 총재회담
에서 유럽환율조정체제(ERM) 연내부활에 대한 합의가 무산됨으로써 EU
단일통화 도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를 중심
으로한 유럽중앙은행 총재들의 반발로 유럽통화제도(EMS)의 근간인 ERM
부활 노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반발을 근거로
그렇지 않아도 신통치 않게 돌아가던 EMS 체제가 결국 붕괴되고 마는게
아니냐는 극단적 비관론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이번 회담에서
유럽중앙은행격인 유럽통화기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회원국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을 빚은 점도 유럽통화통합 과정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한다.
+++++++++++++++++++++++++++++++++++++++++++++++++++++++++++++++++++++

유럽금융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벨기에 덴마크등은 ERM 연내
부활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인플레를 우려한 독일과 영국
프랑스등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들 3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특히 단순히 과거의 ERM 체제로 복귀 하는
것은 더이상 유럽단일통화실현을 위한 첩경이 될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유럽단일통화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ERM의 환율변동폭을
종전대로 원상회복 시키는것 보다는 회원국들의 재정적자감축과 인플레
안정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특히 한스 디트마이어 분데스방크 총재는 ERM과 같은 외적인 규제장치가
경제통합을 위한 확실한 보장을 제공해줄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되며
이보다는 회원국 내부의 경제적 조화를 위한 노력에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U 각회원국간의 이같은 ERM 논란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EU는
93년 8월 ERM내의 환율변동폭을 종전의 2.25%에서 15%로 확대함으로써 ERM
체제가 붕괴되는 사태를 맞았다.
ERM 통화들의 환율변동폭이 종전 변동폭 보다 무려 7배나 커진 15%안에서
움직이게 됐다는 것은 ERM체제가 단지 형식적으로 유지되고 있을뿐
실제적으로는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ERM 회원국들의
환율변동이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사실상 자유로워 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통화통합일정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는데 EU는
유럽외환시장이 안정을 찾게되면 94년 1월부터 다시 환율변동폭을
축소시킴으로써 ERM을 종전과 같이 운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비롯한 EU 중앙은행 총재들이 구ERM 체제로의
복귀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EU 경제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와인플레 고실업률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들은 투자부진이 초래한 경기침체 극복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금리의 지속적인 인하가 필요 하다.
그러나 만약 구ERM체제로 복귀함으로써 환율변동폭을 종전처럼 상하
2.25%로 축소할 경우 약세통화국들의 금융정책은 크게 제약을 받을수
밖에 없게 된다.
약세통화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경우 구ERM 체제에 바탕을
둔 환율의 유지는 어려워질수 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EU 중앙은행 총재들은 충분한 경기회복이 이루어질때
까지 환율유지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율적인 금융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구ERM체제로의 복귀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황을 고려할때 EU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을 나타낼 때
까지는 구ERM체제로의 복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늦어도 오는 99년까지 단일통화 도입을 목표로 했던 EU의 통화
통합정책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ERM 연내 복귀 무산이 통화통합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것은 결코 아니다.
헤니히 크리스토퍼슨 EU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단일통화도입 이전에
회원국간의 경제적 조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디트마이어 분데스방크
총재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ERM 붕괴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대부분의 유럽경제전문가들은 단지 목표시한을 두고 추진해온 유럽의
통화통합작업일정이 99년이라는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클뿐이지 어떤
형태로든 통화통합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