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의미에서 한중간 정치적인 협력은 경제적인 결속에 대한 후속처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이익을 고려한 중국이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적인 노선을 변경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이 왜 한국을 필요로 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한정책을
간파할수 있다.

중국의 개방전략은 "대리개발"에 있다. 이러한 전략이 바로 한중 두나라를
연결시켜준 고리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 남부지역이 힘찬 발전을 하는데 비해 환발해만 특히 산동성 하북성
등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국기업을 통해 이지역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중국정부에 의해 모색됐다.

그 전형적인 예는 한중간 선박항로가 보다 발달된 항구인 천진이나 청도가
아닌 함해라는 조그마한 산동성의 마을로 열린것만 봐도 알수 있다.

한국인들은 함해에서 북경으로 가는 먼길을 수도 없이 다녔다. 그렇게
다닌 길에 사람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결국 산동성이 한국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환발해만 지역중 한국기업이 몰려드는 모습은 산동성뿐 아니라 천진 석가장
심양 대연등에서도 쉽게 볼수 있다. 이 지역에 한국기업의 열풍이 부는 것
이다.

지역면적으로 보면 한반도와 맞먹을 정도로 광범한 땅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바람직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우리는 중국의
단면만을 보고있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을 이용한 중국의 대리개발전략을 우리는 충분히 검토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제 확대개방에 돌입하고 있다.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시각이다.

적어도 중국정부가 국토개발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10대지역경제군 또는
7대지역경제군을 기본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도 복잡하다고 생각되면 최소
4가지 지역군을 설정하여 이 4개의 서로다른 중국에 접근해 나가야한다.
4개의 경제군은 대리개발의 중점지역이기도 하다.

첫째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군으로 홍콩및 광동성을 꼽을수 있다. 물론
화남경제권이라는 거시적인 시각아래 여타지역을 포괄하는 견해도 있겠으나
일단 현시점을 기준으로 홍콩 광동성은 이미 경제적인 결합도 측면에서는
국경이 없어진 상태다.

홍콩이 광동성 대리개발의 주역인 것이다. 대리개발이 끝나면 오는
97년 홍콩은 중국에 귀속된다.

둘째는 대만과 복건성간의 관계이다. 지역적인 근접성은 접어두고 실제
대만의 정치적인 격변과 함께 이지역출신들의 선호도가 복건성으로
집결되고 있다.

경제결합도 측면에서는 아직 홍콩을 경유한 투자가 많긴 하나 분명
두지역간의 결합은 별도 경제군으로 분리해도 좋을만큼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

셋째는 상해주변지역이다. 전통적인 상업도시라는 장점외에 중국정부의
야심적인 양자강개발 포동경제구개발등이 발전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상해출신관료들의 정부고위인사 포진도 그 요인이 될수 있겠지만 지리적
으로 이지역의 발전이 중국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중요도를
두고있다.

단지 이지역은 아직 뚜렷하게 외국과의 파트너십이 형성될만한 요인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지역은 내부적인 요인및 산발적인 외부
요인이 가미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일본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넷째는 환발해만 경제군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진
지역이다.

발해만의 연해지역인 산동성 하북성 천진 료녕성 북경등이 이에 속하고
나아가 동북의 길림성 흑용강성도 이범주에 묶을수 있다.

파트너로서는 한국이 가장 뚜렷하게 떠오르고 있다. 우리기업의
대중투자중 70%이상이 이지역에 몰려있다.

연해의 이 4개 지역경제군의 결합은 각각 내륙의 서북 중북 동북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 연해의 개발된 지역들과 내륙의 미개발지역 또는
내륙 주요 경제거점간의 연결이 진행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적어도 경제적으로 수개의 나라로 분화되고있다. 우리의
접근방식도 이에따라 달라져야 한다.

산동성을 중심으로한 환발해만으로 우리기업의 진출이 국한돼서는 안된다.

상해를 낀 양자강유역으로도 진출해야하고 사천성 광동성으로도 중단없이
뻗어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내륙지역에 까지 손길이 닿아야 한다.

중국이 정해준 대리개발지역만으로 몰려들면 결국 당하는쪽은 우리다.

일본 대만 홍콩기업들은 이미 중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며
우리기업의 진출을 알게 모르게 방해하고있다.

우리는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수밖에 없는 나라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냉철한 시각에서 이들 수개의 중국접근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최필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