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를 우리에게 돌려주세요" 공기업민영화 방침에따라 올 9월께
민간에 매각될 국정교과서주식회사의 소액주주인 사학재단들이 옛 주인임을
내세워 재산권 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정교과서 전체 주식의 3.5%를 갖고 있는 중앙, 양정학원등 사학재단주주
66명이 주인공. 이들은 최근 국정교과서(주)의 소유권을 환원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경제기획원, 재무부, 교육부등 관계기관에 잇달아 접수,
국정교과서 민영화방침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지난 54년 국정교과서가 "대한문교서적"주식회사로 출발할 당시
30억원(화폐개혁이전 원화기준) 전액을 출자한 명실상부한 "주인"이었다.
토지개혁이 단행되면서 사학재단의 기본재산이던 농지가 "지가증권"으로
대체되고 곧이어 6.25전쟁이 터져 증권의 안정적인 보관이 어려워지자 당시
액면가액(1백50억원)의 20%로 투매한 돈을 국정교과서 설립의 밑천으로
삼은 것이다. 사학재단측은 52년 이가운데 15억원을 출자해 부산에서 대학
문교서적주식회사의 상호등기를 마치고 54년 다시 15억원을 더 불입해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6천여평의 땅을 사들였다. 마침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와
"운크라"가 23만8천달러를 무상원조해 준 덕에 인쇄시설도 갖추게 됐다.

그러나 6년뒤인 58년 정부가 이 인쇄시설을 정부자산으로 평가, 전체
주식의 51%를 정부소유로 바꾸면서 말썽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정부는
증자를 거듭하는 바람에 사학재단의 지분은 1백%에서 3.5%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이들 사학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지분액은 총 2억8천3백33만원.
설립 당시에 이들이 전액 출자해 사들였다는 대방동 땅 6천평의 시가액
3백80억원에 비하면 0.7%에도 못미치는 액수이다. 국정교과서의 소유권을
돌려주지 못할 바에는 대방동 땅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이다.

더욱이 돈을 주고 교과서를 사야했던 당시 교육여건에서 학생들에게 좀
더싼 값으로 교과서를 공급하려던 설립취지가 국정교과서의 민영화방침에
따라 사라지게 됐으니 투자한 만큼을 되돌려달라는 주장이다.

이들 사학재단주주의 대표인 조긍식씨 "58년 3월 임시주총에서 정부가
주식의 절반이 넘는 51%를 정부출자주식화하면서 이 주식을 절대로 제3자
에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약까지 해 놓고 이제와서 민간에 팔아
넘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국정교과서 주식을 옛주인인 사학재단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특히 "당시 국정교과서 주식을 정부출자주식화한 것은 이승만
정권이 강압적 분위기속에서 이뤄진 것"며 "60년 4.19혁명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점을 인정, 정부출연주식을 모두 백지화하기로 했었으나
뒤이어 일어난 5.16혁명으로 백지화방침이 또다시 철회되는 수난을 겪었다"
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무부와 교육부는 이에대해 "정부출자주식화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주장을 받아들일 수없다"는 입장이다.

재무부관계자는 "이들의 진정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정부의 주식소유나
증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 합법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인정해 주거나 보상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학재단주주들은 그러나 관계기관에 진정을 계속하는 한편 법률자문을
거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어 국정
교과서(주)의 민영화과정에 불씨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