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되고 있고 없어서는 안될 한국은행권(지폐)
에 특정인물의 초상이 채용된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후손이나 그를 기리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명예로운 일이다.

화폐란 원래 정부가 발행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그 특정인물의 국가.민족에
대한 공헌을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되므로 그 의의는 크다. 그리고
지폐에 사용된 인물을 보면 그 나라나 민족의 역사, 그 나라의 문화수준등
을 알게 된다.

현재 한국은행권의 지폐에 채용되고 있는 초상인물은 세종대왕(1만원권)
이이선생(5,000원권) 이황선생(1,000원권) 이순신장군(100원권)등 4명이다.
모두 조선조 초기에서 중기까지의 역사적 인물들이다. 그런데 재무부와
한국은행은 새 지폐가 발행될 경우에는 안중근의사의 초상을 사용하는 방안
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직 검토단계이기 때문에 현재의 어느
초상인물 대신에 사용될 것인지, 또는 새로운 단위지폐의 초상으로 사용
하겠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다만 안의사의 초상이 사용된다면 우리
역사상 근세 인물로는 아주 드물게 사용되는 경우라고 할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안의사에게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 작가인 나스메
쇼새키, 그리고 후쿠사와유기치등 근세인물도 화폐도안에 적극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행권 지폐초상인물의 결정이 어떤 과정을 밟게 되는지 잘
모르지만 전국무총리 다케시다 노보루의원이 밝힌바에 의하면 그가 재무상
이었던 시절에 후쿠사와의 초상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상색을 냈었다.
와세다대학 출신의 재무상이 라이벌교인 게이오대학의 창설자를 지폐초상
으로 채용하였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근세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이미 정착되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세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뉴앙스가 시대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고 누구를 어느 단위지폐의 초상인물로 사용하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형편이라 할수있다. 특히 우리국민은 지폐를 거칠게
다뤄서 우리 은행권의 평균 수명이 1만원권이 3년6개월 5,000원권은 1년
7개월 1,000원권은 1년1개월에 불과하고 93년에 폐기처분한 돈만 2조
5,243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같은 현실아래 우리지폐에 초상이 사용되는
것이 명예라기보다는 선현에 대한 욕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심사숙고해야 할 일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