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범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국가간 무역거래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최소한의 근로조건이나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80년대부터 서구 유럽국가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는 개도국의 빠른 성장에 따른 선진산업국가의 제조업
등 전통산업의 붕괴, 그에 따른 이들 국가의 고용위기에 그 근본적인
배경이 있다.

최근에 들어 일본을 제외한 G7국가의 고용상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UR 타결에 따라 국제간 거래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집권당으로 인권이나 노동권을 강조하는 민주당이 등장하는등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각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다자간 협약인 블루라운드
(BR)의 필요성이 일부 서유럽국가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 민주당의 게파트 하원의원은 교역상대국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공정무역관행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고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 대하여는 무역제재를 취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중에 있어 국내
근로자의 근로조건 수준 및 노동권 보장정도가 우리 수출상품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타격을 입지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물론 각국의 근로조건에 관한 다자간 협약인 BR가 빠른 시일내에 가시화돼
본격 추진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BR를 주장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도 두개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서다. 즉 선진국내에 잔류
하여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BR를 통하여 어느정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해외에 수많은 현지공장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싼 임금이나 부족한 노동권의 보장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개도국에 대한 투자
조건으로 자국기업에 대한 특례적인 노사관계조건(우리나라의 경우도 입법
조치를 통하여 70년대에 외국인 투자기업 종사근로자의 노동3권을 제한한바
있음)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의 산업구조로 볼때 그들 다국적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은 사양산업
으로 분류되는 국내 잔류기업보다는 훨씬 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간에도 BR에 대하여서는 입장차이가 클수밖에 없다. 대만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남아제국을 일본산업의 부품기지화한 일본의 경우 이들 국가의
낮은 근로조건이 산업경쟁력의 근간의 하나이다. 따라서 선진국간에도
BR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의 고용위기가 더욱 심각하여지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방편의 하나로 BR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될 수는 있지만 개도국의 노동권
제한을 과거 선진국 기업들이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경험등에 비추어
볼때 이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만약 BR이 성사되는 경우 우리나라의 영향은 어떠할 것인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전망된다. 저임이나 노동권의 제한에 의존하는 경제발전의
단계를 이미 지난 우리나라로서는 죄수의 노동력을 이용한다는 비난까지
받은바 있는 중국이나 아직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하여 노동권이
제한되어 있는 말레이지아,태국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상당기간 지연
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ILO(국제노동기구)의 기준에 위배되는 집단적 노사
관계법의 일부조항의 개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BR논의와는 별개로
집단적 노사관계법을 포함한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위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BR이 타결되는 시점(보통다자간 협약은 그 성립까지 5~10년 정도
걸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인 개정작업이 이루어지리라 전망된다.

다만 BR노의와는 별개로 믹구의 게파드의원의 경우와 같이 쌍무적 관계
에서 우리나라의 노동권 보장 미흡을 이유로 무역제재를 취하고자 하는
시도는 있을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민간해외투자단은 우리나라의
노동권보장 미흡을 이유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BR과 관련하여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나 ILO관계 등을 고혀하여 현재 진행중인 노동관계법
검토작업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져 노동관계법이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고,국제기준에도 부합되도록 개정되어야 하낟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관련 관계자들이 노사
관계를 생산적이고 건전한 관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또한 관계법의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노동관계법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개정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끝으로 BR관련 논의는 세계가 보다 국제화되고 개방화되는 추세속에서
근로조건을 포함한 사회적조건(Social Standards)의 각국간 동일화 내지
격차축소하는 방향에서 계속될것이므로 이에 관련된 전문가의 양성이
노동외교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