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전매청은 전매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피엑스등에서 유출된
양담배를 갖고 있거나 흡연하다 적발된 사람에게는 벌과금을 물렸다.
그래도 별로 성과가 없자 벌과금과 함께 위반자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소속
직장에 통보하는 조치까지 취했었다.

그러나 당시 정치인등 우리사회 지도층중에서는 몰래 양담배를 즐기는
인사가 적지 않았다. 그들이 양담배를 굳이 피우는 이유는 양담배가 국산
보다 건강에 덜 해로운것 같고 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며 맛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양담배는 시중에 범람
하였었다. 한마디로 기호품의 선택을 경제논리보다 애국심이나 사회적 명예
등 정치논리로 해결하려한데 실패의 요인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후 우리 국산담배의 질은 많이 향상되었다. 그래서 87년에 담배시장이
개방된 뒤에도 당초 우려했었던 만큼 외국산담배의 시장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아마도 국산담배 질의 향상과 함께 담배는 기호품이므로 그간 국산
담배 맛에 길들여졌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
된다. 또 국민적 자각과 애국심도 얼마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의 외국산담배 소비가 작년 12월을 고비로 전체
소비량의 10%를 넘어섰고 매월 1,050만여갑이 소비되고 있다 한다. 31일
서울시가 발표한 외국산 담배소비세 징수현황을 보면 90년에는 외국산 담배
점유비율이 5%에서 91년에는 5.4%, 93년에는 6.7%로 계속 증가되었으나
특히 작년 12월에 10.6%, 금년 2월에는 11.5%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담배종류별 소비량은 미국산 말보로와 일본산 마일드세븐이 월소비량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미국산 켄트와 던힐등이 나누어 점유하고
있다. 말보로나 마일드세븐은 브랜드에 걸맞게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금연운동으로 축소된 시장을 아시아권에서 회복하려 들고
있으므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담배인삼공사가 금년초에 담배값을 인상한것과 작년 12월 이후에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수직상승한것과 얼마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알수
없다. 그러나 담배값 인상이후 국산담배 일부 품종의 질이 떨어졌다는
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국제화시대의 상품 경쟁력이란 애국심등의 정치논리
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해결할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