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큰길 쪽이다" "맞아,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는데." "본진에서
우리 아침 식사를 날라오는 거 아냐?" "하하하.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년병들이 제각기 떠들어대자,교도인 시노다기사부로가 말했다.

"누가 가서 아군인지 적군인지 살펴보고 올 사람 없나?" 그러자 마치 그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내가 갔다오지"하고
재빨리 나선 것은 아리가오리노스케였다.

"좋아,얼른 갔다 오라구" 시노다가 자연히 히나다를 대신해서 대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단신 척후병이 되어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시노다가 한참만에 허겁지겁
돌아왔다.

"적군이었어. 말들이 대포를 끌고가고 있었다구" "아,그래? 틀림없지?"
"틀림없어. 사쓰마와 조슈 놈들이야. 말하는 걸 들으니까 사투리가 그렇
더라구" "좋아. 자,그러면 공격을 해야지. 모두 집합-"

시노다의 호령에 소년병들은 바짝 긴장이 되어 잽싸게들 모여들었다.

시노다는 그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낮추어,그러나 의기가 박힌 그런 어조로
말했다.

"마침내 적군이 나타났다. 지금 저 아래 큰길을 대포를 끌고 지나가고
있다. 지금부터 공격을 개시한다.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때가 드디어
다가온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히 싸워서 백호대의 이름을
빛내자. 알겠는가?" 소년병들 역시 낮은 목소리로,그러나 결의에 찬
대답을 했다.

아침밥도 안 먹은 소년병들이었지만,이미 시장기 같은 것은 어디로
날아갔는지,눈들을 반질거리며 집총을 하고서 적당히 흩어져 짙은 안개
속으로 조용조용 기척이 안나게 전진을 하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총을 불끈 거머쥐고 풀숲을 헤쳐 나아가는 데이지로는 야,이거
정말 기가막히는구나,싶었다. 으스스 등골이 떨리면서도 짜릿한 쾌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센소곡코와는 판이하게 다를 뿐 아니라,간밤에
척후병으로 나갔을 때와도 또 달랐다. 진짜 손에 땀이 쥐어지는 야릇한
맛이었다. 하하,이 맛에 어른들은 곧잘 서로 전쟁을 하는구나,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