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기업본사는 물론 주요 산업연구소들이 대학 캠퍼스안에 위치
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연구조합 세마테크(Sematech)는 텍사스주의 주시 오스틴
(Austin)에 있는 명문 공과대학 오스틴대학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반도체연구소와 연구원기숙사 강당 회의장 운동장 주차장
등으로 약 3만여평의 대학 부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료는 연간 단돈 1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1년에 8백원에 불과한 푼돈을 내며 드넓은 땅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것처럼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학총장은 물론 교수 지역정치인과 심지어 학생회까지 모두 나서
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한 맹렬한 로비활동을 폈다.

임대조건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세마테크가 이곳에서 연구활동을 마치고 떠나갈때 사용하던 연구논문
을 비롯 연구장비와 기자재등 시설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남긴다는
조건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임대계약 이면을 살펴보면 오스틴대학측에 유형무형의
엄청난 이익이 돌아가는 "남는 장사"이다.

우선 연구소의 임대료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세계적인 첨단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원활하게 추진할수 있어 학생들의 자질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IBM등 슈퍼기업이 추진하는 산학협동과제를 수주하는데 있어서도 아주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됐다.

세계적인 컴퓨터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HP)역시 본사부지로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교정을 임대사용하고 있다.

HP는 이 대학 캠퍼스를 임대료를 한푼도 내지않고 무상으로 사용한다.

HP가 본사를 옮길때 사옥과 연구소 연구자재등을 대학측에 기부채납한다는
조건뿐이다.

세마테크연구소와 오스틴대학간의 임대계약과 똑같이 유형무형의 엄청난
이익이 대학측에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별차이가 없다.

HP가 "리엔지니어링"차원에서 매년 연구출연금을 아무 조건없이 지원하는
데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HP의 연구활동에 학생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밀러 보너 세마테크홍보이사는 "기업과 대학간 산학협동, 대학과 연구소간
학연협동은 연구실에만 있는게 아니다"며 "산업 구성원이 협동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