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이 지난해8월 금융실명제의 충격으로 허덕일때 선취매수에
나선 것은 외국인투자자였다. 당시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불을 당긴 것은
외국인전용수익증권(외수펀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무렵 증권가에선 "외수펀드에서 무슨 종목을 산다더라"는 얘기가 하나의
증시재료가 되다시피 했다. 이후 우리증시는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외수펀드는 국내주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간접투자수단이다. 국내
투자신탁회사들이 외국인들에게 수익증권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게 바로 외수펀드이다. 당초 우리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에 외국인들이 간접적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할수 있도록 허용되었던
상품이다.

외수펀드에 대한 투자자는 내국인대우를 받아 외국인투자한도(종목당
발행주식수의 10%)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때문에 요즘같이 외국인선호
종목이 대부분 한도소진된 상황에서 이들이 장내에서 우량종목을 사들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투신의 한관계자는 "작년9월이후 국민주인 한전주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불붙은데는 외수펀드의 역할을 빼놓을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수익증권이 설정되면 "빅4"로 불리는 한전 포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등의
블루칩들을 일정비율 만큼은 사들이게 된다는게 이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당시에 한전주에 대한 외국인한도는 절반가량인 2천만주이상 남아
있었다는점. 여타 블루칩들이 외국인한도 소진상태였던 반면 한전주에
대해선 외수펀드의 매수세를 이어받아 외국인들이 얼마든지 사들일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전주는 작년9-11월중 전체외국인매수금액의
60%정도를 차지해 12월초에 외국인한도가 완전 소진됐다.

금융실명제의 파문이 잦아들던 지난해 8월말 한국투신이 만든 8천만달러
짜리 코리아제니스트러스트(KZT)는 3.2%의 프리미엄을 붙여 외국인들에게
판매됐다. 판매단위가 10달러인 것을 외국인들은 10달러32센트를 내고
사들였다는 얘기다. 이어 9월초에 대한투신에서 만든 8천만달러 규모의
대한블루칩인덱스트러스트(DBIT)도 3.2%의 웃돈이 얹어졌고 9월말에 국민
투신이 설정한 국투서울프론티어트러스트(CSFT) 5천만달러도 2.5%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이전에는 판매당시에 프리미엄이 붙은적이 없었다.

외수펀드의 설정규모가 8천만달러였던 한투와 대투는 프리미엄만으로 각각
2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대투의 김진호국제부차장은 "이처럼 (우리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하는데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조건으로 외국인투자자들과 한창 협의를 진행하던차에 "금융실명제"실시
(8월12일)로 국내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갑자기 고객들이 사라져 버렸다는
얘기다. 결국은 외국인들사이에 "실명제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한국시장이
더욱 유망할것"이란 판단이 서면서 일정은 다소 늦춰졌지만 계획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외수펀드의 인기는 무엇보다 장세흐름에 좌우된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리시장이 개방된 직후인 지난92년 상반기엔 대량의 환매요구가 들어오기도
했다. 이는 "굳이 외수펀드가 아니더라도 직접 국내주식을 살수있는 길이
열렸다"기보다는 당시 증시상황이 대세하락의 막바지국면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투의 한청수국제부장은 "현재 투자수익률이 1백%를 넘는 외수펀드도
많다"면서 "앞으로 외국인투자한도가 15%(현재10%)정도로 늘어나더라도
장세가 꺾이지 않는한 환매요구는 별로 없을것"으로 내다봤다.

외수펀드의 설정규모는 지난81년 한국투신의 코리아인터내셔널트러스트
(KIT)를 시발로 작년말 동양투신의 동양드래곤트러스트(DYDT)까지 모두
35개 15억5천5백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투신사별로는 한국투신의 16개 5억7천1백만달러에 이어 대한투신 11개
5억6천4백만달러,국민투신 7개 3억8천만달러,동양투신 1개 4천만달러등이다.
특히 증시개방이후 우리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늘어나 지난92년에
11개(4억3백만달러)와 지난해 11개(5억5천만달러)가 설정되는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대투의 김차장은 "지금도 외수펀드에 대한 수요는 왕성한편"이라면서
"올해 설정되는 외수펀드의 경우엔 10%이상의 프리미엄이 가능할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외수펀드가 추가로 설정될 경우 우리시장의 상승국면을
이끌어가는 촉매제역할을 할것으로 주목된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