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은 동양의 전통적 사고에서 우주를 형성하는 생성의 원리이자 질서의
원리로 인식되었다.

양은 움직이는 것이고 음은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움직임으로써 생겨나게
하고 조용함으로써 쉬게 한다. 양만으로 생겨나지 못하고 음만으로도 이룩
하지 못한다. 양은 음에서 길러지고 음은 양에서 밝음을 얻게 된다. 음양이
번갈아 작용하고 서로 도울때 우주삼라만상은 생성되고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

땅과 하늘,달과 해,밤과 낮,기후와 계절의 변화,지세의 형태와 좌행,
동식물의 성별.이 모든 것들은 음양이 빚어낸 대칭된 현상으로 이해되었다.

음양의 도는 특히 인간의 남녀관계에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개인적 질서
관념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민간에까지 뿌리내린 가장 오랜 전통이
되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수로왕과 허황옥의 부부결합이 음양의 도에
순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가하면 "김유신전"에는 고구려 보장왕의
부인이 음양의 도에 역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관계란 음양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옛부터 가정 사회 국가를
존재하게 하고 또 그것을 받쳐주는 인윤의 근본으로 생각했던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서양에는 정확한 의미에서의 음양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인 두요소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 완벽한
하나를 이루어냄을 상징해주는 양성동체신화는 있다. 원래 남성과 여성은
한몸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이세상에 태어날때 갈라졌다는 것이다.
결혼이란 잃어버린 짝을 찾는 행위에 해당된다.

음양의 철리를 쫓아 맺어진 부부라지만 아무런 갈등이 없이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만큼 어려운일은 없다. "법경"에는 부부사이가 좋음을 뜻하는
금슬상화라는 말이 나온다. 그것을 뒤집어 새겨보면 작은 거문고인 "금"과
큰 거문고인 "슬"의 많은 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소리를 빚어내는 것
처럼 부부사이가 어려운 관계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부부에게는 사랑과 은혜,양보와 희생,의리와 윤리성등 요구되는
덕목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다보니 어느 부부나 작고 큰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갈등을 사랑과 대화,이해와 양보로 해소시키는게
아니라 아내에게 물질적 선물을 함으로써 푸는 부부들이 많다는 어느
회사의 조사결과를 보면서 세태의 변천을 읽게된다.

프롬이 말한 "이기주의로 뭉쳐진 가정조합"시대가 도래한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