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용 기계 생산업체 Y사장은 사소한 실수하나로 1백50만달러짜리 계약
한건을 놓쳤다. 중국 남부의 한 기업과 포장기계 라인의 판매협의를 대충
끝내고 축배를 드는 연회자리에서의 일이다.

Y사장이 산동지역에 갔다가 당한 좋지않은 일을 이야기하며 산동사람은 못
믿을사람이란 식의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중국기업의 사장이 바로 산동출신이었던 것이다. 기분이 나빠진 그
사장은 다음날 계약을 무기한 연기시켜 버렸다. 말한마디로 천냥을 잃게 된
것이다.

산동인의 경우 우리와 기질적으로 닮은점 이 많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내에서도 산동인은 성격이 순수하고 단순하다는 평가가 있고 과거 중국
역사중 이름있는 의적들은 대부분 이지역 출신일만큼 의리도 중시한다.
소설 수호지의 무대도 바로 이곳이다.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는 까다롭지 않으나 수가 틀리면 결정도 빠르다.
감정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Y사장의 실패는 바로 이같은 산동사람들의
기질탓이었다. 일단 친구가 되면 마음속 이야기도 쉽게 할정도로 호방
하지만 한번 잘못 본 사람은 두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

중국은 주요지역별로 그 지역의 문화 풍습및 역사가 용해되어 사람들의
특질이 형성되어있다. 물론 이와같은 특질은 일반적인 것으로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될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유사한
환경이 가져다준 잠재의식은 항상 내재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부분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계산"이 유난히 강한 지역 1번으로 꼽히는 곳은 상해다. 상해는 20세기
초반 이미 동양의 국제도시중의 하나로 발전해온 경험을 가진 도시로
중국의 여타지역에 비해 비즈니스적 기질이 가장 발달해 있다. 더구나
오랜 개방의 역사,서구화에 대한 낮은 거부감,그리고 도시특유의 강한
물질적인 등기부여가 이루어져 형성된 경제감각은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해와 인근지역인 절강성의 경우도 상해못지 않게 계산이 빠르다.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이 나면 추진속도가 빠르긴 하나 손해보는 비즈니스는
아예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집단을 구성하길 좋아하며 중국의
상권카르텔이라고 할수있는 방회는 대부분 이지역에서 유래한다.

북경의 경우 왕도로서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대인관계에서 콧대 높고
자부심도 강하지만 비교적 예의는 바른 편에 속한다. 이 자부심으로 북경과
상해간은 상호 사이가 좋지 못한것으로 알려져 있고 심지어 이점이 상해가
발전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였다는 말도 들린다.

북경은 국가의 정치 사회중심지로 자연 여러 인맥들과의 관계가 유난히
중시되는 지역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간의 구안시문제가 가장 철저하게
먹혀드는 지역으로도 볼수있다.

중국 남부의 광동성 복건성은 인접한 지역이면서도 기질이 상이한
대표적인 지역중의 하나이다. 광동인의 특징은 비교적 인내 끈기 강한
기질로서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사치도 추구한다. 특히 두뇌회전이 빠르고
작고 세밀한 작업등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복건성은 지역특성상 산지가 중심이 되어 있으며 내륙과 인근지역과의
교통이 극히 나쁘다. 따라서 과거부터 해외로의 진출을 시도하였고 동남아
지역 화교,특히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등에서는 복건출신들이 세력을
떨치고 있다. 복건인의 특성은 어지간히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사업추진을
잘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구두쇠 기질과 저축욕도 강하다. 사업수완면에서는
비가올때 두개의 우산을 가지고 나가 하나는 자기가 쓰고 나머지는 판다고
할 정도로 기회포착에 능하다.

동북3성(요녕,길림,흑룡강)의 경우는 술을 빼고 이야기할수 없을 정도로
"술"을 통한 인연이 중요하다. 기후상 추운지역이어서 독주를 좋아하며
상담이나 교섭은 두번째로 미루고 먼저 친구로 사귀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입장에서 다수의 조선족이 있어 중국인과의 만남을 직접적으로
가지지않고 간접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렇게되면 인연을 맺기가 몹시
어렵다.

중국 각 지역의 이와같은 특질은 중국경제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의 경우 기질적으로 중국남부와는 융화되기 어렵고 오히려
동북부나 산동 북경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일본의 경우 중국과의
직접적인 상담보다는 홍콩을 거점으로 이용하여 가급적 중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협상을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이러한 기질적인 특징은 경제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인적
이동이 많아지고 경제적인 활동영역이 중복,복잡화됨에 따라 여러형태로
해소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지역별 중국인의 기질 이야기는 그렇게
단기간에 변화될수는 없는 문제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