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에 지사를 둔 K사장은 한동안 가슴앓이병에 시달렸다. 눈앞에서
30만달러가 사라지고 난 후 일에 대한 의욕도 없어졌다.

중국에서 중고트럭이 한참 잘 팔릴때의 일이다. 10여대의 트럭대금으로
받은 30만달러를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가는 도중 조선족 직원이 돈가방을
든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가까운 친척뻘로 남들보다 10여배 넘는 월급을 주고
인간적인 정까지 주었는데 배신당했다는 것이 가슴병이 되고 만 것이다.

현재 중국에 살고있는 조선족은 약 3백만명. 주로 길림 흑룡강 녕성등
중국동북 3개성에 모여 살고있지만 경제개발과 함께 각 지역에서 조선족은
흔히 볼수있게 됐다.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빈도높게 접촉하는 대상이 바로 조선족
이기도 하다. 조선족 기업들과 실제 비즈니스를 위한 상담도 오가고,통역
때문에 필요하기도 하고,술집에서도 옆자리에 조선족이 앉아야 불편이 없다
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조선족에 대한 좋은점 나쁜점이 한국인의 입에는 자연스럽게
논쟁거리가 된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나쁜 소리가 많다.

왜 나쁜가에 대한 이유도 다양하다. 진짜 비즈니스를 엮어갈 능력도
없으면서 허풍을 친다,돈만 밝힌다,사기꾼들이 대부분이다,통역을
제멋대로해서 장사를 망쳤다,껍데기는 조선사람인데 속은 중국사람이다,
만나서 도움될 일이 없다,한국사람을 무조건 봉으로 생각한다,정이
안붙게 한다는 등등의 이유가 나열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데는 물질적인 이유가 많이 개입되어 있다.
조선족의 대한국인관도 썩좋지 못하다. 돈 좀 있다고 너무 뻐긴다,
거짓말만하고 다닌다,조선사람에 대해 편견이 있다,정작 도와줄일도
안도와준다,힘이 있다면 벌떼처럼 붙고 그렇지 않으면 소식도 없는
기회주의자이다 등이 그것이다.

당초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조선족의 활용은 가장 큰 이점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좋지않은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한국인과 조선족간의 불화는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도 한국기업인들 대부분은 조선족을 멀리
할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모든 기업인이 언어전문가도 아닌 현실에서
중국어를 모른채 중국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사회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다. 좋든 싫든간에 중간자로서의 역할이 조선족에게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조선족,우리의 삼자간의 입장은 매우 미묘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조선족이란 시집간 딸이며 중국은 시댁인 셈이 된다. 친정을 그리워하는
딸의 심정과 "딸은 모두 도둑이라는 속담"처럼 하나라도 친정에서
뽑아가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이런 관계라면 이해가 된다. 시집살이를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지만 사돈댁도 존경해주어야 하는 것이 도리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어 딸 가진 집이 위세를 떨칠수도 있다지만 역시 행동은
하나하나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에 대한 논쟁은 이처럼 복잡한 면이 있다. 조선족이란 용어도
고쳐야한다는 주장도 많다. 다른지역 교민들처럼 중국교포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족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우리나라는
중국이지 결코 한국이 아니다. 교육열이 높다고는 하나 고급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드물다.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실제 돈만을 노리는 경우도
많다. 사기꾼도 흔하다. 통역을 하면서 중국측의 눈치를 보는 약삭빠름을
내보이기도 한다.

한국투자기업의 경우 기술연수를 위해 조선족을 한국에 파견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돌아와서 파업을 주동하는 근로자들이 대부분 이들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말이 잘 안통해도 한족이 낫다는 이야기도 한다. 중국내 투자공장
에서도 조선족과 한족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조선족을 무조건 배척할수는 없다. 그들은 우리
근대사의 아픈 역사가 낳은 사람들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조선족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땅에서 다른나라들과
장기적인 경쟁을 벌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