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증시개방초기엔 "구로가미노 가이징(검은 머리의 외국인)"
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증권사 국제영업부의 한관계자는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을 따르는 투자자들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주식시장이 개방되면서
물밀듯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투자성향이 신선해 보여 "외국인들이 사는
종목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투자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자들이 접한 외국인투자자는 개방첫해인 지난92년엔
주로 영국계였고 작년에는 미국계가 큰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외국인의
투자성향을 국가별로 보면 나름대로의 특색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다.

우선 아직도 매수세가 살아있는 미국계 자금은 신중형이라 할수있다.
동서증권의 양호철부사장은 "미국계 자금의 큰줄기는 연금(펜션)이어서
대개 내용이 충실한 종목을 골라 장기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3~5년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만큼 이들은 우량종목을 선정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심한 끝에 투자대상종목을 골라놓고 나면 이미 그종목의 주가는
상당수준 올라 있기가 일쑤다. 그래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게
상한가로 "사자"주문을 내곤 한다. 그리고는 증시상황이 나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고 떠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들은 외국시장에 투자
할 때에도 미국시장에서와 같은 틀을 적용한다 장기투자를 겨냥해 이들은
투자지표로 PER보다는 PCR(주가현금흐름비율)를 중시한다. 주가를 주당현금
흐름으로 나눈 PCR가 낮아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시장에 약2억달러를 투자한 미투자회사인 피델리티사와 이머징사가
미국계 투자방식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또 국내에 4억달러이상을 굴리는
"큰손중의 큰손"인 미국계 퀀텀펀드는 다소 공격적이다.

반면 최근 매수세가 끊기다시피한 영국계는 속전속결형으로 소문나 있다.
"영국계 투자자들은 적응력과 액션이 빠르다"는게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사장을 지낸 구자삼국제영업부장의 지적이다. 이들이 이처럼 잽싸게 움직
이는 것은 오랜 해외투자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를 하고 있는데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대만이나 태국에서의 거래경험에
비춰 한국이나 중국등의 새로운 시장도 생소하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영국계는 아시아지역의 시장과 사람의 특성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어
종목추천내용보다는 거래경험이 있는 사람을 믿는편"이라고 구부장은
덧붙였다. 이들에게 신뢰감있는 증권사의 국제영업담당자가 특정종목을
추천하면 곧바로 "그종목을 1백만달러어치 사달라"는 식의 반응이 온다.
미국계가 상대적인 "상투잡기"라면 이들의 매수패턴은 "바닥긋기"에 비유
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단타매매에도 익숙하며 자산주등이 돌풍을 일으킬때는
기업내용을 떠나 이들 종목에도 뛰어든다. 그러다 여차하면 처분해 버리는
기민성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에 2억달러정도를 굴리는 영국계 투자회사인
쉘펜션사는 그나마 중기투자를 하는 편이지만 로버트플레밍사는 특정종목을
사들여 2~3일간 상한가를 치면 이내 매도하는 사례도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두나라의 투자성향은 매수금액에 대한 매도비중에서도 나타난다.
증시개방후 작년말까지 미국계의 매도비중이 18.7%에 그친 반면 영국계는
42.2%에 달한 것이다.

일본계는 아직 국내진출규모는 보잘것 없지만 안정성이 높은 은행주와
제약 유통등의 주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럭키증권의 임윤식
이사는 "일본계는 특히 백화점등 유통업종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또 주로 영국계자금으로 구성돼 여러나라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펀드들도
있으나 이들은 핫머니(투기성자금)성격을 띠고있다. 이들 펀드는 대개 홍콩
에서 5천만~1억달러규모로 운영되며 이중 20%정도를 우리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우리시장을 떠나는 일부 외국인자금은 이들펀드인 것으로 분석
되고 있다. 이밖에 뉴질랜드와 룩셈부르크는 자국의 투자자금이라기 보다는
대개 조세회피용 자금이다.

작년말현재 국가별 순매수규모를 보면 영국이 3조3천32억원어치를 사고
1조3천9백39억원어치를 팔아 1조9천93억원에 달했다. 이어 미국이 1조7천3백
23억원) 룩셈부르크(2천6백42억원)등의 순이었고 일본은 1백51억원에
그쳤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