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투혼이 가져온 승리였다. 지는해가 다시 떠오른 순간이었다.

8년만에 일본바둑정상의 자리를 탈환한 조치훈구단의 가슴은 벅찬 감격
뿐이었다.

조치훈구단은 9,10일 양일간 일본 후쿠시마(복도)현 토탕온천에서 벌어진
일본 랭킹1위기전 제18기기성전 도전7번기 제6국에서 기성 고바야시 고이치
구단을 맞아 250수만에 흑6집반승을 거뒀다.

이로써 종합전적 4승2패를 기록한 조구단은 지난 86년 이른바 휠체어
대국에서 고바야시에게 빼앗긴 기성타이틀을 8년만에 탈환하며 일본바둑
정상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조구단의 우승상금은 3,200만엔(한화 약2억5,000만원) 일본 바둑계가 "20
세기 최후의 대격전"이라고 했던 이번 대국은 투혼을 불살랐던 일본바둑
1인자의 유례없는 부활이었다.

이틀간의 길고긴 마라톤승부(제한시간 각8시간)는 조구단이 고바야시
구단의 기성전 9년연속 우승을 좌절시킨 완승대국이다.

대국 첫날 조구단은 화점소목의 중국식포석으로 시작, 초반부터 유리한
국면을 이어나갔다.

고바야시구단이 백8,10으로 무리수를 두자 조구단은 흑17로 끊어 단숨에
우세한 형세를 이뤘고 이후 백에게는 거의 기회가 없었다.

조구단은 좌상귀접전과정에서 중앙세력을 형성, 흑우세를 이뤘고 상변과
하변에 두터운흑세를 쌓았다.

백이 하변흑진을 깨뜨리며 침투했으나 조구단은 우하귀를 유린하며
4귀생을 만든데다 우상변에흑진을 크게 굳히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