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도 임금협상이 시작됐다. 노사정대표는
지난달 28일 중앙단위의 노사간 임금협상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첫 모임을 갖고 3월중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하는 한편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 사관계안정과 산업평화달성에 노력하기로 했다.

3월말까지 중앙단위 임금협상을 끝내면 이를 바탕으로 단위기업의 임금
협상을 지도한다는게 정부의 금년도 임금정책이어서 협상의 내용 못지 않게
기간도 중요한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일 열린 노총과의 첫 실무협상에서 올해 임금
인상률로 3.2~6.1%의 범위를 제시했다. 노총이 지난달 3일 제시한 임금
인상률은 6.6~10.5%로 경총이 제시한 것보다 물론 높지만 그 격차는 예년
보다 크지 않다. 이점은 우선 협상타결전망을 밝게 할뿐 아니라 노총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과거에는 경총과 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너무 큰 차이를 나타냈다.
예컨대 88년 경총은 7.5~8.5% 노총은 29.3%, 92년에는 경총은 4.7~6.7%
노총은 16.8%를 제시한바 있었다. 그러나 93년에는 경총이 4.5% 노총이
12.5%를 제시, 4.7~8.9%의 단일 임금인상안이 결정됨으로써 노사관계와
임금협상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는 작년
보다 한발더 발전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임금처럼 노사간에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는 별로 없다. 노사쌍방의 주장
에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논리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노사모두를
만족시키고 국민경제에도 좋은 적정임금수준을 찾아내고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함은 말할것도 없지만 물가를 안정시켜 국민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문제도 소홀히 할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의 협상도 그렇지만 임금협상은 더욱 노사쌍방이 한걸음
물러서는 양보정신이 필요하다. 노총에서 비교적 낮은 임금인상률을 제시
하면서 실질임금보장을 위한 물가안정과 기타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숙제해결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는 당연한 요구이지만 정부뿐 아니라
근로자와 기업이 모두 이러한 숙제를 푸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물가가 뛰니 임금을 올려야 하고 임금이 오르니 물가도 오른다. 어느것이
원인이고 어느것이 결과인지는 따지기 어렵다. 중요한것은 물가와 임금의
악순환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물가안정에
주력하고 노사가 생산성향상에 매달려야 한다.

우리의 임금수준은 1인당 국민소득이나 생산성상승률과 대비할때 대만
싱가포르 중국 일본등 경쟁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수준
이 높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이 임금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게 문제
다. 생산성이 임금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는 내실
없는 성장을 하게 되고 인플레는 체질화된다. 그런 경제에서 무한경쟁시대
에 버틸 힘은 나오지 않는다. 올 임금협상에서는 이런 모든 점이 함께 고려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