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오카번의 병력은 정규군이 천오백여명이었고 예비역으로 이백명
가량이 있었다. 두개의 가드링건과 수백정의 미니엘총, 그리고
삼십문의 대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정도의 병력으로 삼만에 가까운
정부군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나가오카번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동산도 진무군만 해도 일만명에
가까웠다. 그리고 정부군도 구식 병기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조슈번군과
사쓰마번군은 대부분 신형 병기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얼마
동안이나 버틸수 있는지가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가와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야마모토가 술기운에
허황해져서 지껄이는 말이 결코 싫지가 않아 맞장구를 치듯 말했다.

"맞소. 가드링건이 우리에게는 두개나 있으니 질 턱이 없지요. 일본에
세개밖에 없는 가드링건을 우리가 두개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와
무란가 뭔가 하는 그 돼먹지 않은 녀석도 알고 있더라니까요. 그녀석이
글쎄 그 두개를 다 내놓으라지 뭐요. 어림도 없는 소리지. 내가 그걸
어떻게 손에 넣었는데." "맞아요. 그 두개는 우리 나가오카번의 보물인데
내주다니요" "그걸로 나를 걷어찬 그 건방진 젊은 녀석의 가슴패기에다가
냅다 벌구멍을 만들어놓을 작정이오. 내 손으로 직접." "좋지요. 허허허."
이튿날 새벽 가와이는 시녀가 와서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 아직
술냄새가 콧구멍으로 솔솔 새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 일찍." "기쁜 소식을 보고드리려고 후다미 반가
시라(번두:수석보좌관)가 찾아왔습니다" "기쁜 소식이라니 뭔데?"
가와이는 부시시 일어나 앉았다.
침실밖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후다미도라사부로가 들어왔다.

"대감어른 가다가이(편패)에서 간밤에 아이즈군이 관군을 크게 무찔
렀다고 합니다" "오호, 그래?" "사가와간베에(좌천관병윙) 도노가
지휘를 했다는군요" "사가와가 직접?" "예" "아이즈의 맹장(맹장)이
진두지휘를 했다면 틀림없지. 관군놈들 혼비백산했을거야" "절반 이상이
죽고 나머지는 도망을 쳤답니다" "그거 참 통쾌한 소식이군" 아직 숙취가
남아있는 가와이는 앉아 있던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