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이는 난처했다. 그러나 할말은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주며 말했다.

"안됩니다. 그 요구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힘이 없으면 설득이고 뭐고 다 헛일인 것입니다. 정부군의 요구에 의해서
무장 해제를 했다면 그것은 항복을 한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데, 항복을
한 번의 설득을 들을 것 같습니까? 말도 되지 않지요"

"그러면 말이오, 완전히 무장 해제를 하는게 아니라 일부만 해제하시오.
당신네 번은 가드링건이라는 연발식 총을 두 개나 가지고 있고, 미니엘총도
수백정 구입했다고 들었소. 그리고 대포가 무려 삼십 문이 넘는다면서요?"
가와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가드링건 두 개와 미니엘총 이백 정, 그리고 대포 이십 문을 우리에게
넘기시오. 탄약과 함께 말이오. 그정도는 해제를 하는게 오히려 당신네
번으로서 적정한 군비 수준이 될 것이오. 지금은 칠만석의 작은 번으로서
너무 군비가 과중해요. 어떻소? 그렇게 하겠소?" 이와무라가 날카로운 눈길
로 쏘아보며 다그치듯 말했다.

사실 동산도 진무군으로서는 중립노선을 걷는다면서도 그처럼 최신 병기로
과중하게 무장한 나가오카번이 은근히 위압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공순의 표시로 최소한 그정도의 병기를 넘겨받아 힘을 절반 이상 빼버린
다음 중립을 묵인해 주는게 타당하겠다 싶었던 것이다.

가와이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왜 대답이 없소? 우리 측의 마지막 요구조건이니, 중립을 유지하고 싶으면
쾌히 응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공순의 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소. 어떻게 하겠소? 어서 대답을 해보오" 그제야 가와이는
입을 열었다. 칠만석의 작은 번이 과중한 군비를 어쩌고저쩌고 서슴없이
지껄여대어 몹시 모욕감을 느꼈으나,꾹 참고 여전히 정중한 어조였다.

"그러시다면 우리도 마지막으로 한가지 탄원을 드리겠습니다. 요구하신
병기의 수량이 오히려 실제보다 많습니다. 너무 소문이 과장되어 퍼진
듯합니다. 미니엘총은 전부해도 이백 정이 안됩니다. 백 정을 넘겨
드리지요. 그리고 대포도 이십 문이 못되지요. 십문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탄환도 함께요. 그런데 그 실행에 앞서 유예기간을 주십시오. 그 기간 동안
에 열번동맹에 가입한 번들을 설득해서 만약 실패하면 그때 약속한 병기를
넘겨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