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3대그룹중 하나인 시나마스(Sinar Mas)그룹이 "경영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있다.

펄프 종이 금융 부동산등 각 산업부문을 총망라하고 있는 이그룹이 신규
사업진출및 신규시장개척을 위해 경영에 일대 혁신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혁신은 아우구스토 구스닐로(51)라는 필리핀인을 본사전무로 영입하면서
부터 시작되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및 상품론을 전공한 아우구스토전무가
맡은 일은 합작기업 설립및 새로운 비즈니스창출이다.

일본인 시시도이사도 아시아대그룹에 의해 스카우트된 케이스.

그는 지금 말레이시아 조선엔지니어링 그룹(MSE)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43년동안 일본의 스미토모상사에서 일한후 최근 말레이시아 그룹으로 자리
를 옮겼다.

아시아의 "비즈니스 엘리트"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시아에서 태어나 국제교육을 받았으며 여러가지 언어를 구사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서구와 동양 양쪽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모두 지니고 있다.

서구의 전문경영인들과 달리 아시아국적의 비즈니스 엘리트들은 현지적응
도 빠르다.

이제 아시아 각국의 대그룹들은 서방의 전문경영인대신 아시아의 전문
경영인 모셔오기에 분주해졌다.

진정한 국제화는 사람이 만든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대만 홍콩등 아시아국가들은 아시아
국적의 전문 경영인 유치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조차도 고급인재 유치 경쟁의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시나마스그룹이나 MSE그룹은 이제 더이상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기업이
아니다. 아시아국가의 기업이다.

아시아 국가의 진정한 기업이 되기위해 아시아 비즈니스엘리트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아시아국가들의 문화를 안다. 문화를 알아야 시장성
을 파악할수 있다. 서구비즈니스맨들에게 이를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싱가포르정부는 최근 획기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영인들을 다른 아시아국가에서 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그것
이다.

그지역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후 싱가포르로 돌아와 싱가포르를 첨단
기술및 인재들로 가득찬 섬으로 변화시키라는 사명감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인들은 정부의 의지를 잘 따르고 있습니다. 다른지역 아시아회사
와 합작회사를 손쉽게 세우는 것도 따지고보면 그 지역 연구를 철저히 한
덕택입니다" 옥시전사의 푸시 루안사장의 말이다.

그 자신이 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는 싱가포르인이다.

다른 나라에 진출할때 지역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장기적인 성공의
관건이 된다.

중국에로의 진출은 말할나위조차없다.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추진이래 중국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홍콩기업은 북경 상해 무한 천진등 대도시에만도 수천만달러씩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이런 프로젝트를 관장할수 있는가.

중국은 이런 경험이 없다. 홍콩의 인재들은 가난한 중국에서 근무하길
꺼린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제3국에서 아시아인을 초빙, 중국에 회사를 세우고
경영을 맡기고 있다.

홍콩의 얼라이드그룹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이 회사는 중국에 얼라이드
아쿠아틱이라는 식품회사를 세우고 지사장에 인도네시아인인 무와르토
수르야씨를 임명했다.

"우리기업은 아시아인들로 구성된 회사입니다. 나는 인도네시아인이고
판매담당이사인 리밍티씨는 말레이시아인입니다. 싱가포르 대만으로부터
우리회사에 온 경영인들도 있습니다" 무와르토지사장은 "우리 모두 중국말
을 잘하므로 중국파트너와 아무런 언어장애가 없다"고 강조한다.

아시아 국적의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경우 장점은 많아진다.

첫째, 이들은 "가치있는" 아시아 시장정보를 제공해준다.

지난 90년 일본으로부터 홍콩으로 본사를 옮긴 야오한그룹의 카즈오 와다
회장은 그룹내에 "아시아지역 자문기구"를 창설했다.

15~20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이미 진출했거나 할 예정지역에 대한 경영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 자문기구의 구성원은 각 아시아국가에서
스카우트된 전문경영인들이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경우는 말레이시아전문경영인의 구상을 기본토대로
삼아 전략을 세우고, 태국에 투자할때는 태국전문경영인의 투자조사상황을
그대로 적용시킨다.

둘째, 다른 아시아국적의 전문경영인영입은 합작투자파트너를 함께 데려
오는 이점이 있다.

필리핀 앤스코그룹의 유키코 무라카미전무는 일본사람이다.

무라카미전무의 영입이후 앤스코그룹의 대일본합작회사설립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대일투자규모도 늘어났다. 그가 일본 유력재벌과의 연결끈을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무라카미전무는 또 일본판매상과 공급상사이의 관계를 이용, 앤스코사에
거물급 일본유통회사를 소개해줌으로써 앤스코사의 대일수출규모를 하루
아침에 대폭 늘려주기도 했다.

셋째, 아시아의 전문경영인들은 새로운 기술및 경영개념도 심어놓는다.
싱가포르국적의 레이몬드 탄 태국전신전화사이사(40)는 싱가포르에서 연구
된 데이터전송시스템기술 일부를 전수해 주었다.

최근 홍콩전신전화국의 마케팅담당 부장에 임명된 중국국적의 리 램씨(34)
는 "오는 95년이후 이회사 독점권이 없어질때에 대비, 판매조직망을 형성
하는 책임을 맡았다"고 말했다.

97년이후 홍콩의 중국귀속에 대비한 경영개념변화도 그와 관련된
아시아인, 즉 중국인에게 맡기려는 전략인 것이다.

넷째, 스카우트된 전문경영인들은 그 회사의 품질향상에도 한 몫을 담당
한다. 홍콩의 오디오전문메이커인 토메이사는 중국자회사를 일본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겼다.

그 결과 상품의 질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일본 도시바와 파나소닉제품의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을 맡은 후 토메이제품의 품질도 향상됨으로써
자사브랜드의 판매실적도 껑충 뛰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경도 없어지고 국적마저 없어지고 있다.

아시아가 하나의 커다란 경제블록이 되어 비즈니스엘리트들의 활동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헤이 매니지먼트 컨설팅사의 홍콩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토머스 렁 아시아
담당이사는 "장래의 성공적인 아시아경영인은 아시아시장을 하나의 일체화
된 비즈니스무대로 볼줄아는 능력과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콩=최필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