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이 거래회사의 법정관리를 꺼리고 있다.

최근들어 금융기관들은 거래회사의 법정관리개시에 대한 동의여부를 묻는
법원의 질의에 아예 동의하지 않거나 의견보류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기관의 확실한 동의가 없을 경우 해당 기업의 법정관리신청은 기각
되는것이 상례여서 금융기관들의 법정관리 기피현상은 기업들에게 큰 위협
이 되고있다.

지난 3일 (주)요업개발과 (주)한국강관에 대한 법정관리신청이 기각된
것도 이같은 금융기관의 부정적인 반응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업개발에 대해 2백2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일은행은 우선
이자를 정상적으로 지급받는다는 조건으로 법정관리에 동의한다는 조건부
의견을 제시, 사실상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일은행의 이같은 조건부동의는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부할 여력이 없는
요업개발에 대한 부동의표시로 해석돼 기각결정의 요인이 됐다.

또 1백8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도 역시 회생가능성을 신중히
판단해 본 후 동의여부를 회신하겠다고 응답,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
냈다.

법정관리신청중 회사재산보전처분은 회사가 신청서를 낸 뒤 대개 3주내
에는 결정되는 만큼 "판단해본 후 동의여부를 회신하겠다"는 응답은
부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게 일반적이다.

서울신탁은행과 삼희투자금융등 다른 금융기관등도 운영자금 대출등에
대해 부동의하거나 의견표명을 보류했다.

한국강관의 경우도 여러 거래금융기관들이 "이자의 정상적 지급"등을
조건으로 동의해 주겠다거나 현 사주의 경영권배제 및 제3자인수등을
내세우는등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다. 산업은행과 삼희투자금융도 요업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이었다.

일부 은행은 아예 명시적으로 반대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법정관리개시를 꺼리는 것은 한계기업의 법정관리로
채권이 동결되는 것보다 기업부동산등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 가급적 빨리
부실채권을 회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금융기관 자율화조치이후 은행, 단자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의 조기회수로 내실화에 충실, 경영수지를 맞추려는
금융기관들의 경영의도도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산업조정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계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금융기관들이 선뜻 "NO"라고 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관련, 모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금을 추가
지원해야 하고 회생가능성도 1백퍼센트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담보권을
행사해 채권을 빨리 회수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