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니사가 자신의 몸체를 나누려 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모리타 아키오(성전소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병원신세를
지게되면서 회사분위기가 침체돼있다. 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등
미래시장을 향한 기술개발경쟁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지못해 경쟁사에
뒤지고 있다는 아픈 지적을 받아왔다.

소니는 오는 4월1일부로 "사내분사"를 단행한다. 19개로 나눠져 있는
현재의 사업본부를 8개의 조직으로 재편하는 대신 이들 조직은 철저히
독립적인 별도회사로 운영된다. 신조직의 상세한 운영방침은 최종검토
중이지만 대폭적인 권한위임과 경쟁원리를 더욱 강화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분사를 실시하는 목적이 "사업본부간의 벽을 허물어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9개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사업본부를 지나치게
세분화하다보니 여러개의 사업본부가 걸쳐있어 독특한 신제품이 나오기
어려운 체질에 빠져 있었다는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진단에서 회사는 그동안의 사업본부를 보다 큰영역을 담당하는
8개의 "컴퍼니"로 재편성하며 상품기획과 제품판매를 담당하는 개발본부
영업본부도 8개로 구성해 각각의 컴퍼니에 통합시키기로 했다.

각 컴퍼니에는 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예를들면 투자안건은 금액
등을 기준으로 일정수준이하인 경우에는 "프레지던트"라고 불리게 될
컴퍼니의 장이 재량으로 처리한다.

본사의 권한은 사업방침의 책정, 대규모투자, 매수합병(M&A), 주요인사
등으로 축소된다. 본사인원도 부서에 따라서는 3분의1정도로 대폭 축소,
각 컴퍼니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단계에서는 조직개혁의 커다란 틀이 설정된 것으로 세세한 부분은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 회사고위층의
설명이다. 그러나 각컴퍼니에 결산까지를 위임하고 본사는 지배주주로만
남는 소니로서는 혁명적인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마저 배제할수 없다.

이같은 회사의 움직임에 사내분위기는 실적평가등이 더욱 엄격해져
스트레스는 받겠지만 발전을 위한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각컴퍼니의 실적에 따라 사원의
임금이나 보너스도 차별을 두어야한다"고까지 제안하고 있다. 분사화를
계기로 경쟁원리를 더욱 철저히 가미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전부터
신규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재를 사내공모를 통해 모으는 제도가 있었으나
관련규정을 완화해 각컴퍼니가 인재를 서로 끌어갈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소니사의 조직재편에 분석가들도 긍적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무라(야촌)종합연구소의 한 분석가는 대기업에는 본사의 기능을
축소 집약시킬 필요성이 있다면서 소니의 움직임은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에 많은 대기업들은 주력사업에 지나치게 집착, 인재배치나 자금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성장분야로의 진출시기를 놓치고 쇠퇴
사업의 축소정리에도 실패했다. 분사화를 실시함으로써 본사는 그룹의
투자수익률을 분석하고 차기사업에 대한 재원투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결정할수 있게 된다.

실제로 본사가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개입하기 시작하면 기민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는 뒤쳐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본사가 "뒷일"을 봐줄 것이라는 마음을 분사화로 근절시켜 나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생길수 있다.

소니의 조직개편은 또 장래의 간부진을 미리 육성한다는 목적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능한 후보를 프레지던트로 지명해서 회사경영의 실무를 배우게
하면 세분화된 사업본부나 기술통으로만 커온 경우보다는 폭넓은
재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대기업의 조직개편작업에는 구미기업중에서 주목할 만한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이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사업본부
제도는 미제너럴모터스(GM)가 절정기때 확립시켰던 차종별조직이
모델이 됐다는게 정설이다. 소니사는 이번 분사화계획을 진행시키면서
특별히 참고로 한 기업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조직의 벽을 허문다는
얘기를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 미제너럴일렉트릭(GE)의 조직발상과
유사한 것이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박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