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학연"은 어디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일반적으로 "서울대 상대 인맥"이다. 그러나 덕수
상고 선린상고 대구상고 광주상고 목포상고등 상고인맥도 대단하다.

물론 이같은 고졸인맥은 임원보다는 일반직원쪽이 강하다. 전체적으론
고졸이 많지만 "별자리"는 대졸이 압도적이어서이다. 그렇더라도 고졸출신
임원의 "세력"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누가 고졸신화창조의 주인공이 될지 관심을 끌고있다.

한일은행의 살아있는 역사. 현직 은행원중 최고참. 윤순정 한일은행장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그러나 어떤 수식어도 "고졸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표현
하지는 못한다.

윤행장은 51년 목포상고 졸업과 동시에 한국신탁은행(한일은행의 전신)
입행, 40년만에 최정상에 오른 사람이다.

그의 공식 이력은 이렇다. 68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당시 신촌
지점 차장). 73년 여수지점장. 그후 광주 역전 무교 명동 소공동지점장
역임. 81년 본점영업부장. 83년 이사. 90년 은행장.

윤행장의 이력이 돋보이는 것은 44년 은행생활동안 30년이상을 일선
영업점에서 보낸 영업통이라는 사실때문만은 아니다.

고졸이라는 학력의 한계를 극복해서이다.

나응찬신한은행장.
어렵게 선린상고를 졸업한 그도 농업은행을 시작으로 대구은행 제일투자
금융을 거쳐 신한은행장에 오르기까지 고졸출신이라는 벽을 뛰어넘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 두사람외에도 고졸출신으로 "별"을 달고있는 사람은 상당수이다.
이규선 전북은행전무(군산상고) 안광우 신한은행상무(보인상고) 박상후
충북은행감사(청주상고) 김성균 경남은행상무(부산고) 박관호 강원은행감사
(김화고) 장태섭 강원은행이사(덕수상고) 이종백 대동은행이사(경북고)
김의태 부산은행이사(부산상고) 장철행 광주은행이사(목포상고) 고문옥
제주은행이사(서귀농고)등등.

80년대초까지만해도 고졸출신 은행임원들은 화제감이 못됐다. 일제시대에
은행의 주류를 이뤘던 상고출신들이 80년대초반까지 임원자리를 도맡았다.

박성상 전한은총재를 비롯 공덕종 전상업은행장 김정호 전한일은행장
문상철전국민은행장 고태진전조흥은행장등 은행장들이 즐비했다.

90년대들어서도 이현기 전상업은행장 안영모 전동화은행장 황창익 전충북
은행장등이 고졸출신의 신화를 이어갔다.

내로라하는 일류대학출신이 아니면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지못하는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곤하지만 전체의 70%에 달하는 고졸출신의 "분투"는 역시
돋보인다.

이들의 무기는 근면성실.
대졸출신을 부끄럽게하는 부지런함으로 은행의 "주군"은 여전히 "상고"
임을 입증하고 있다.

고졸출신치고 대학졸업장을 갖고있지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것이 단적인
예다.

대부분이 10대후반에 은행에 들어와 주경야독,어엿한 대학졸업장을
가지고있다.

단지 은행에서 입행후의 학력은 인정해주지 않을뿐이다. 이들은 남들처럼
화려한 해외근무한번 변변히 해보지 못했다. 본점에서 의자나 돌리면서
근무하는 "혜택도" 누려본적이 거의 없다.

발로 뛰어야만하는 영업점에서 주로 근무하다보니 대개가 알아주는 영업통
들이다.

조흥은행의 경우 이영철소공동지점장을 비롯 19명의 특그룹점포장중 6명이
고졸이다.

한일은행의 이정호호남본부장과 김종태영업1부장같은 사람은 10년이 훨씬
넘게 점포장자리를 지켜오고있다.

그러나 임원자리에 오르는 고졸출신들은 갈수록 줄어들고있는게 현실이다.
해방이후 교육받은 "엘리트군단"들이 은행에 포진하면서 "별자리"도
자연스럽게 이들의 차지가 됐다.

물론 능력면에서 대졸출신에게 밀렸던것도 부인할수없지만 연줄과 학연이
횡행한 임원인사에서 "박해"를 받았던 면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능력위주와 자율인사가 유달리 강조되는 올해는 고졸출신의 신화가
다시 화제가 될것으로 기대되고있다.

지난해까지의 임원학의 주요과목은 "줄"과 "연"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과목은 적어도 표면적으로 사라질것같다. 그렇다면 올해부터 임원학은 다시
쓰여져야한다. 무엇보다도 능력이 우선돼야한다. 개방시대를 살아나가려면
국제감각도 필수적이다. 또 경력도 중요하고 행내여론도 중시돼야한다.
도덕성도 갖춰야하고 리더십도 있어야한다.

송승효 종합기획부장(조흥) 서광하 종합기획부장(상업) 신중현 영업1부장
(제일) 이철주 수신업무부장(한일)이원승여신기획부장(신탁)등이 현재 직원
들 사이에서 임원1순위로 거론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어쨌든 장영자사건 대동은행장사퇴 금융계사정설로 뒤숭숭한 요즘 이달에
열릴 주주총회결과가 문민시대의 임원학이 어떨지를 보여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