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무부 본부와 외교안보연구원,재외공관에는 한승주장관명의의
긴급공문이 내려갔다. 지구촌의 경제전장화에 대비,"외교관의 세일즈맨화"
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일 시작,5일 끝난 올해 재외공관장회의에서도 모든 재외공관을
통상외교의 전초기지화하기 위한 문제를 비중있게 논의했다.

외무부의 이같은 전략모색은 김영삼대통령의 지시가 계기가 됐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19일의 외무부올해업무보고에 이어 3일 재외공관장을
위해 베푼 만찬석상에서 "모든 외교관은 한국산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이라는
각오로 노력을 경주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동서냉전의 종식에 이은 세계의 경제블록화,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
그린 라운드의 태동등으로 무역한국의 존폐가 정부의 통상외교강화여부에
달려있다고 인식한데 따른 것이다.

사실 지난 40여년간 우리의 재외공관은 사실 남북대결구도라는 커다란
틀안에서 통상과 경제는 생각조차 할 겨를도 없이 주재국을 상대로
평양을 제압한다는 목표아래 외교역량을 쏟아붓다시피 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통상강화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북한을 카운터파트로 하는 소모적인 외교전은 피하고 새로운
세계의 흐름에 맞추어 외교력집중의 주된 목표를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외무부는 경제외교를 전문화,강화하고 현지에서 기어들의 비즈니스활동을
적극 지원키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있다.

그중 하나가 재외공관의 인력구성에 있어 엄청난 격차를 나타내고 있는
정무와 통상의 구성비를 대폭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1백40개 재외공관의 정무및 통상업무구성비를 현재 2대1에서 많게는 5대1로
돼있는것을 단계적으로 5대4 또는 1대1수준까지 바꾼다는 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는 사실상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재외공관을 정비,중요거점별로 힘을
모은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일본,EU(유럽공동체)등에
외교인력을 집결하고 현재 대북외교전차원에서 이름만 걸어놓다시피하고
있는 재외공관을 정비한다는 개념이다.

이럴경우 필연적으로 상대국을 자극,새로운 외교문제화 할 가능성이
많은데다 장기적으로는 "잠재시장의 손실"을 초래할수도 있어 신중히
고려중이다.

셋째는 재외공관별로,외교관별로 고과를 매긴다는 것이다.

공관별 수출이나 투자유치실적등을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통계로 작성,
후임인사에 근거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검토되고있다.

문제는 재외공관에 흩어져 있는 공관장이하 외교관들의 시각 수정이다.

어느 전직외교관의 말처럼 "일본의 외교관들을 보면 저사람들이 정부에서
파견한 관리인지 기업에서 나온 상사원인지 혼동이 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궂은 일은 싫고 테이프커팅같은 "빛나는"자리만
선호하는 일부 외교관의 의식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은 적지않은 시사를
던진다.

몇년전의 이야기지만 세계의 부국 미국은 외교관을 넘어 대통령까지
세일즈맨이 된 적이 있다.

조지 부시당시대통령이 TV광고에 출연,"아름다운 나라 미국을 당신이 찾는
것은 그 자체가 경이"라고 말하면서 관광객유치의 일선에 나선 것이다.

경제발전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도 "장사꾼"이 되어야한다는 냉엄한
국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좋은 예다.

한외무장관은 오는 13일 미국,캐나다,멕시코등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3국을 방문키위해 출국한다.

올해 발효된 NAFTA로 인해 우리의 수출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특히
우리의 현지진출에 있어 장애요인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이번 순방의
가장 큰 목적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가겠다"며 대통령이 경제발전을
위한 통상외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외무부가 외교관의 세일즈맨화를 위한
청사진을 어떻게 제시할 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양승현기자)